라이킷 35 댓글 2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시 꾸러미

풀꽃의 일생, 놀라워라

by 정이안 Feb 04. 2025
아래로

노방초 경전



몸뚱아리 작은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놓아버릴 생각만 하던 내가

갈라진 보도블록 틈새에서

허공 밀고 올라오는 작고여린 풀을 본다


자주내리지 않는 비여도 살아남은 저 끈기

끝끝내 몸 안 어디에 생의 에너지를 저장해두었다가

마침내 꽃을 피우는 것일까


어쩌다 횡포의 발에 짓밟힐 때에도

입 앙다물고 뜬 눈으로 올려다보는 눈

꺾인 뼈마디 끝끝내 일으켜 세우고야 마는

풀들의 발버둥은 애절하다


한 번 내린 뿌리 옹골차게 여문 씨를 날리고서야

마감하는 풀꽃의 일생, 놀라워라


힘들어하던 삶이 너로 인해 환해졌다

작가의 이전글 시 꾸러미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