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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동길 Nov 01. 2020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2000년.

감독: 미미 레더

제작: 워너 브라더스

각본: 레슬리 딕슨         

 

# "Pay it forward"     

경찰과 대치하던 인질 강도가 차를 가지고 도망을 가면서 그곳에 주차되어 있던 한 기자의 차를 박살내고 도망을 갑니다. 그리고 경찰차들의 추격이 시작되었지만, 기자는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기자는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박살이 난 자기의 차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비를 맞고 서 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한 중년 신사가 자신의 비싼 재규어 차의 키를 기자에게 던져줍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차를 가지라고 합니다. 공짜로 말이지요. 기자는 그의 말을 믿을 수 없어서 물어보지요.     


"이 차에 혹시 폭탄이 있는 것은 아니지요? 혹시 저한테 이상한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닙니까?"     


하지만 중년 신사는 아무 말없이 비를 맞으며 길을 떠나는데요. 떠나면서 그는 이런 말을 남깁니다.      


"Pay it forward."     


그리고 영화는 4개월 전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 트레버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날입니다. 첫 수업인 사회 수업을 듣게 되지요. 사회 선생님인 유진 시모넷과 첫 만남의 날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좀 이상합니다. 학생들과 만난 첫 수업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세상 참 엿 같지? 정말 맘에 들지 않지? 이 세상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한 학기 숙제로 유진 선생님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실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서 제출해 달라고 합니다. 이 영화는 중학생 트레버가 사회 선생님께서 제출하라고 하신 과제를 해 나가는 과정을 과정에서 겪게 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 "Pay it forward"의 개념: 갚아야 하는 빚을 자선으로      

트레버는 자기가 생각했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방법, 엿 같은 세상, 맘에 들지 않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고민을 하는데요. 트레버가 생각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은 이렇습니다.     


한 사람이 금전을 빌리면 그 돈은 곧 누군가에게는 되갚아야 하는(payback) 빚이 되지요. 그리고 돈을 되돌려(‘Pay Back’ ) 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도 얹어서 지불하게 됩니다. 그런데 트레버가 생각한 "Pay it forward"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준 그 사람’에게 ‘Pay Back’하는 대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세 사람’에게 베풀어줍니다. "Pay it forward"하는 것이죠. 누군가에게 빚을 진 사람이 "Pay it forward"하게 되면 되갚아야 하는 ‘빚(채무, 부채)이 자선’으로 바뀌는 기쁨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Pay it forward’ 운동에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는 것인데요. "Pay it forward" 운동을 시작한 그 어떤 사람. 즉 처음으로 세 명의 사람에게 "Pay it forward" 한 사람은 조건 없이 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종교에서 말하는 자비와 사랑이 끝없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그 정점, 그 운동의 끝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어야 한다 것이죠.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다른 세 사람에게 베풀 때에도 ‘조건 없는 자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세상의 이치로 볼 때, "Pay it forward"의 이자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 트레버의 첫 번째 사람: 노숙자     

트레버는 자신의 생각을 하나하나 실천해 봅니다. 첫 번째 일로 노숙자를 돕는 일을 합니다. 학교와 집을 오가면서 보았던 노숙자를 집에 데리 와서 자기의 밥을 나눠주기도 하고 목욕을 하고 잠을 잘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분명 처음으로 받아 본 사랑의 나눔은 아니었겠지만, 노숙자는 트레비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을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고에 오랫동안 고장이 난 채로 방치되었던 엄마의 고물차를 정비해주고는 새로운 마음으로 새 출발을 약속하고 떠나지요. 그리고 곧 이 사건이 촉매제가 되어 노숙자는 자살하려고 하는 한 여자를 살리게 됩니다. 사랑의 나눔이 노숙자 안에서 잠들어 있던 희망을 발견하게 해 주고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게 된 것이지요.      


- 트레버의 두 번째 사람: 엄마     

트레버의 엄마는 남편 없이 아들 트레버를 키우면서 밤낮으로 두 가지 직장에 다니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싱글 맘’입니다. 겉으로도 힘들게 살고 있지만, 그녀의 내면세계는 상처 받은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그리고 또다시 상처 받기를 두려워합니다.     


부모와의 의절과 실패한 결혼생활, 그리고 힘든 세상의 고통을 잊기 위해 술을 마셨지만, 결국 알코올 중독 증세까지 있습니다. 그녀는 자꾸만 지쳐가지요. 아들 트레버에게는 자신과 같은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오히려 바쁘게 생활하는 동안 아들과 대화의 벽도 생기고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보니 처음 보는 남자가 집에 있습니다. 난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노숙자를 집에서 쫓아내고, 과제를 내준 사회 선생님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학교로 찾아가서 항의를 합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트레버의 엄마도 아들이 세상하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 엿 같은 세상, 맘에 들지 않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그 생각을 조금은 이해하게 됩니다. "Pay it forward"의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말이지요.      


- 트레버의 세 번째 사람: 사회 선생님     

트레버가 눈여겨보았던 세 번째 사람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는 과제를 내준 사회 선생님인데요. 사회 선생님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아무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두고 자세히, 유심히 바라보면 선생님께 무언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의 주변은 언제나, 모든 것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셔츠나 연필 같은 주변 물건들은 정돈되어 있어야 했고, 그가 만나는 주변의 사람들과의 관계는 정해진 경계가 있었지요. 하지만 이렇게 정렬되고 경계를 지키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지 않고 있습니다. 잊혀지지 않는 과거의 상처들과 몸에 남겨진 화상으로 그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습니다.     


- 트레버의 네 번째 사람: 약한 친  

트레버가 "Pay it forward"를 실천하기 위해 용기를 낸 마지막 대상자는 학교 친구였습니다. 학교에서 항상 불량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돈을 빼앗기고 구타를 당하는 불쌍한 친구를 돕기로 결심을 하게 되는 데요. 사실 이번 일은 몸이 약한 트레버에게 가장 큰 용기를 필요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없고 쉽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대상과 마주한 다는 몸이 거부하기 때문에 큰 용기가 필요하죠. 결심한 트레버는 그를 도우며 그 불량한 친구들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기 위해 친구를 돕다가 결국 불량한 친구가 휘두르는 칼에 찔리게 됩니다.      


#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 속에 각자 그들만의 천국을 동경하며 살아갑니다. 그래서일까요? 지금 여기 이곳의 세상. 현실 세계를 “지옥 같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사실 뉴스에서 보고 듣 소식들은 정말 엿 같습니다.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어린 여중생들이 조직 폭력배 수준의 폭력을 서슴없이 저지르기도 하고 어떤 초등학생들은 성인 수준의 성범죄를 일으키는가 하면 몇몇의 연예인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도덕적 개념이나 가치관 없이 그저 감각적이고 쾌락적인 일들을 일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지금-여기서부터’ 아름다운 세상, 각자 동경하고 있는 천국을 살아가고 노력하고 있지요.      


"Pay it forward"라는 개념이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인류가 진리라고 여기고 따른 진실들은 변함이 없지요. 가장 인간적이고 절실히 요구되는 이상과 가치관들은 언제나 우리 가까이에서 그 자리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습니다. 사랑과 믿음과 희망은 단 한 번도 인간의 곁을 떠난 적이 없었지요.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은 영화 내내 "Pay it forward"의 시작은 자기 자신과 가족에서부터 출발하고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사랑과 희망과 믿음은 자신 안에 있고, 또 이러한 가치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인 가족과 함께 할 때 가장 큰 힘을 얻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트레버도 유일한 가족인 엄마를 언제나 부끄러워했고, 대화가 없다고 짜증 내며 어쩌다 대화를 할 때면 엄마의 약점을 끄집어내어 가슴 아프게 했던 엄마에게 먼저 다가가 용서를 구합니다. 자기와 가장 가까운 존재인 엄마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엄마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바라봐 주며 응원해 주는 일이 엄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지요.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일.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많은 관심과 힘과 열정이 필요한 일이고 때로는 용기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또 내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도움을 주되 조건 없이 도와주어야 하며,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세 사람에게 조건 없는 도움을 베풀어야 하는 "Pay it forward" 정말 힘들지만,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일. 누군가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그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을 도와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참조: 김준기,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시그마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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