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3)
인기 빵집의 메뉴 카피의 효과는 어땠을까?
옆 동네에서 인기 있는 메뉴도 그의 가게에선 팔리지 않았다. 고객들은 자석의 반대극처럼 봉규의 빵집을 피해 가는 것 같았다. "Backery Bakary"의 진열대의 빵들은 쌓여가고, 그의 마음처럼 점점 딱딱해졌다.
‘대체 뭐가 문제지?’ 봉규는 밤이 깊도록 가게 불을 끄지 못한 채 주방 한쪽에 기대어 혼자 중얼거렸다.
그는 가게 문을 무겁게 닫고 어두운 거리를 터덜터덜 걸었다. 한국을 떠날 때의 선택이 옳았는지, 처음 호주 땅에 발을 디디며 가졌던 그 희망과 기대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길을 잘못 들어선 걸까?'
혼란스러운 마음에 그는 며칠 밤을 거의 뜬 눈으로 지새웠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손님이 적은 와중에도 가끔씩 찾아오는 몇몇 손님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엘리사라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20대 중후반의 나이, 직업 불명의, 도도한 표정의 여성이었다. 사실, 엘리사는 평범한 단골이 아니었는데, 일주일에 두 번은 들러 커피를 한잔 시키곤 가게의 유일한 테이블에 앉아 몇 시간이고 책을 읽곤 했기 때문이다. 봉규가 그녀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서로 대화를 해서가 아니다. 그녀가 가게 안에서 통화를 하면서 본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도 손님에게 직접 말을 걸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오늘도 엘리사는 언제나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벌써 두 시간째 가게에 앉아 있었다. 늘 그렇듯 조용히 있던 그녀라 존재도 잊고 있던 조용한 오후였다. 그때 엘리사가 벌떡 일어났다. 그러더니 진열대에서 빵하나를 집어 들었다. 고민 없이 고른 것을 보니, 그냥 허기만 때울 심산으로 보였다. 계산대에 그 빵을 올려놓으며 그녀는 나긋이 말했다.
"먹고 갈게요."
이제껏 그녀는 빵집 손님이지만 이제껏 커피만 먹던 손님이었다. 그렇기에 봉규는 엘리사가 빵을 입에 넣는 순간을 긴장하며 지켜보았다. 첫 입을 베어 문 그녀는 빵을 조금씩 뜯어 천천히 씹었지만, 시선은 빵이 아닌 여전히 책에만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녀는 빠르게 빵을 해치웠는데, 봉규는 그녀가 배고파서가 아닌, 맛있었기 때문이길 기도했다. 그리고 그의 신에게 손님에게 한번은 말을 걸어볼 힘을 달라고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