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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Sep 10. 2024

호주로 떠났다. 너무 지쳐서.

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1)

봉규는 멜버른 공항에 내리던 그 날을 아직도 기억한다.

새파란 호주의 공기는 한국과 다르게 느껴졌다. 바람은 시원하고, 하늘은 끝없고, 땅은 그의 무거운 발걸음을 부드럽게 받아주었다.

한국에서의 삶은 그를 지치게 했다. 항상 경쟁적이고,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사회에서 그는 평범했지만 뭐든 부족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내려놓고 싶었다. 욕심을 버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살고 싶었다.

봉규는 한국에서 제빵 아르바이트를 오래 했다. 이 경험은 그에게 빵에 대한 깊은 애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디서든 1인분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하루의 시작에 느끼는 반죽의 온기, 오븐에서 갓 구워져 나오는 빵의 향기,  그것을 맛보며 미소 짓는 사람들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그래서 그가 호주에 오기로 결정했을 때, 제빵기술을 활용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멜버른 도심의 칼리지에서 제빵을 제대로 공부하며,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는 기술을 배워갔다. 그는 매일 등교하는 동안에 속에서 피어나는 행복을 느꼈다. 물론 지금 이 순수한 행복에 만족할 때가 아니라, 이 나라에 살기 위한 조건을 얻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교육이 끝난 후에는 호주의 대형 카페 소속 베이커리에서 일했다. 그곳의 대표는 돈많은 한국인이었는데, 같은 나라 출신으로서 본인의 간절함을 알고, 더욱더 잘해주겠지 했던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오해였다. 그는 봉규에게 출퇴근을 오갈 때 잔심부름을 시켰으며, 갑작스러운 스케줄 변동 강요하기 일쑤였다. 또한 외국인들의 근무표는 출퇴근시간이 명확히 적혀있는 반면, 봉규의 근무표는 백지수표같이 깔끔했다. 한 번은 부당함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지만, 되려 대표가 나가고 싶으면 나가라고 윽박지르는 바람에 봉규는 뒷걸음을 쳤다. 영주권을 따지 못 할까 무서웠다. 그래서 그 다음 날부터 주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더 빨리 가게에 나갔으며, 더 늦게 퇴근을 했다. 깔끔히 정리를 해도 혼나는 그였기에, 그는 매번 해둔 것을 사진찍어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그는 결국 영주권을 땄다. 마음의 여유와, 체중 8kg가 줄어든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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