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5)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팔린 빵은 열 개도 채 되지 않았다. 분명 처음 가게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많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손님이 꾸준히 드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다.
'이건 어떤 비상신호일까'
고민 많은 봉규는 생각에 빠졌다.
그러던 찰나, 엘리사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번 주만 해도 벌써 세 번째 방문이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조용히 커피를 주문하고, 가게 구석의 테이블에 앉았다. 봉규는 그녀의 꾸준한 방문이 고마우면서도 궁금했다. '그녀는 우리 빵집에 왜 오는 걸까?'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
봉규는 그녀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예전에 이 가게 자주 오셨나요?”
엘리사는 놀란 듯 시선을 책에서 떼며 봉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주 왔었어요. 원래 여기는 독일 빵집이었거든요.”
“독일… 빵집이요?”
엘리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저도 그렇고 이 동네에는 독일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서, 그때는 여기 빵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그녀의 말에 봉규는 순간 당황했다. 전 주인이 독일출신 이민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애초에 독일빵집으로 여겨지는 사실은 몰랐던 그였다. 그저 외국 빵이라면 다 비슷하겠거니 레시피만 그대로라면 괜찮겠지 했던 무모함이 생각났다.
“그렇군요...”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 다시 용기를 내어 물었다.
“그럼... 지금 제가 만드는 빵은 어떠세요? 맛있었나요?”
엘리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만했어요. 사실… 저는 아시아 빵도 좋아해서요.”
‘아시아빵이라고?’
순간 봉규의 가슴이 다시 쿵하고 떨어짐을 느꼈다. 그렇다. 이곳은 한국청년이 아시아맛 빵을 파는 독일느낌의 빵집이었다. 빵집을 준비하며 집중해서 이곳 빵을 익혔다 생각했는데, 미국인이 한국인 김치맛을 따라 하지 못하듯, 한국인의 빵은 독일인 빵맛과 같을 수가 없었다. 따라잡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보이지도 않았던 것이다.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내가 만드는 빵이 그들에게 예전 그대로 일수 없다면…'
많은 생각들이 그를 스쳐갔다.
무심하게 진실을 읊은 엘리사는 다시 봉규에게서 눈을 떼고 책을 넘기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며칠째 끼고 읽던 책은 다름 아닌 한국작가 한강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