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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Oct 01. 2024

돼지꿈과 시끄러운 가족

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6)

다음 날, 봉규의 가게는 평소와는 다르게 활기가 넘쳤다. 정확히는 그의 기분이 그랬다. 간 밤에 돼지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알록달록 작은 돼지들이 몰려들어 그의 위를 덮치는 꿈이었다. 별것 아닌 꿈이었지만, 그는 기분이 좋았다. 

‘오늘부터 만들어 본 한국빵들이 잘 팔린다는 징조일까?'

실제가 아닌 것도 아닐 것이, 그가 새롭게 선보인 단팥빵과 소보로빵이 오전 두 개씩이나 팔렸다는 것에 벅차했다. 물론 이 동네의 아시아인들이 사간 것이었지만, 그것도 엄연한 정식 판매였다.


그가 늦은 점심으로 컵라면을 먹고 양치를 끝내던 차였다. 갑자기 문이 활짝 열리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게로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은 중년의 여성과 통통한 네 명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환한 표정으로 가게 안을 신기한 듯 둘러보았고, 진열대를 두리번거리며 빵을 골라 담기 시작했다. "엄마, 이거! 이거 맛있어 보여!" 한 아이가 외치자, 다른 아이들도 덩달아 흥분하며 이리저리 빵을 골랐다. 또 한 아이는 케이크진열대 앞에서 한참을 지문을 묻히며 “엄마, 이 케이크로 해요!” 외쳤다.


봉규는 한참 동안 그들을 지켜보다 곧 미소를 지었다. 그토록 조용하던 가게가 이렇게 활기찰 수 있다니 그의 마음도 덩달아 밝아졌다.

 "너네 생일도 아닌데, 왜 너네가 더 신났니!"

그들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아이들이 고르는 빵들을 한가득 담으며 말했다. 말투는 격앙되어있었지만 그녀는 아이들이 고르는 빵을 하나도 빠짐없이 담았다. 그리고 그녀는 계산대로 다가와 말했다. 

"오늘 막내아들 생일이라서요. 아니 다들, 어찌나 빵을 좋아하는지"

봉규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자녀분 생일이신가요?” 하며 그는 잠시 고민하다 진열대에 남아 있던 빵 두 개를 서비스로 건넸다. 수많은 빵 중에 아이들이 유일하게 고르지 않은 빵이었다. 

“빵을 좋아하시면 많이 드셔야죠”

아주머니는 땡큐를 연발하며 떠났다. 시끌하던 아이들도 굿바이의 메아리를 만들며 나갔다.


그렇게 가게는 다시 조용해졌다. 귀는 먹먹했지만, 그는 들떴다. 

'이렇게 한 번에 많이 판 건 처음이야.'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의 텅 비어 버린 진열대를 정리하며 생각했다.다만 가게 하루 매출의 대부분을 한 가족이 채울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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