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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캉생각 Oct 03. 2024

오늘부터 마감세일 합니다

호주에 빵집을 열긴 했는데요...(7)

봉규는 돈이 벌리지 않아도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저 경쟁이 적은 만큼, 만족하며 이대로 생활비를 맞춰 쓰는 그였다. 물론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다. 그도 더 벌고, 조금 더 여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단지 현재 상황에 맞춘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진열대의 빵도 꽤 적었는데, 빵이 남는 것이 아까워 애초에 빵을 적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가게를 지나치며 이 풍경을 보았다면, 아마 "이 집은 빵을 팔 생각이 없나 보군"이라고 한 소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밝은 표정의 화려한 의상의 남성이 들어왔다. 검은 머리에 진한 눈썹, 인도계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천천히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진열대에 남아 있는 빵들을 살폈다. 봉규는 그 남자의 얼굴에서 어딘가 낯익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저 사람, 어디서 봤더라?'

그는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남자는 진열대를 살피며 진지한 표정으로 봉규에게 다가왔다. 

"여기서는 이제 끌레어 세일 안 하나요?"

그의 영어는 강한 인도식 억양이 섞여 있었다. 봉규는 잠시 당황해 그의 말을 되새겼다. 

"끌레어 세일요?" 봉규가 되묻자, 남자는 또박또박 답변했다. 

 "예, 이전 주인은 이 시간쯤 남은 빵을 싸게 팔았거든요. 그래서 가끔 사갔죠."

봉규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 바로 이해했다. 

"아, 클리어 세일이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네 끌레어 세일."

그 순간, 봉규의 머릿속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마감 세일!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그는 갑자기 흥분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아! 네 저희도 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빵들, 30% 할인해서 드릴게요."

인도 남성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정말요? 좋습니다!"

그는 진열대에 남아 있던 빵 네 개 중 세 개를 빠르게 골라 담아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봉규는 빵을 하나하나 포장하며 물었다.

”근처에 사시나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근처에서 옷 가게를 하고 있어요. 오다가다 보니 새로운 빵 냄새가 나서 들렀죠. 제 이름은 팔라쉬예요."

"아, 그러시군요. 팔라쉬 씨"

봉규는 미소를 지으며 빵을 건넸다. 

"다음에도 이 시간쯤 오시면 남은 빵들 싸게 드릴게요."

그에게 다짐 같은 말을 하며 팔라쉬가 가게를 나서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마감 세일이라… 이걸 왜 안 했었지?'. 

그는 그냥 한국에서 갓 탈출만 한 초짜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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