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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사랑을 해봤다. 몇 번이나.

by 캉생각

나도 사랑을 해봤다. 몇 번이나.

그것도 진심으로.


지난 애인들을 정말 좋아했고, 함께 있을 때 행복했다. 손을 잡고 걸을 때의 설렘, 밤늦게 하는 대화, 그 사람의 웃음소리가 좋아서 계속 웃기려고 애썼던 순간들. 그런 것들이 좋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외로움도 느낀다. 혼자 집에 돌아올 때, 주말 저녁 혼자 TV를 볼 때, 아플 때. 그래서 연애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나는 연애의 '어떤 부분'은 좋아하지만, '모든 부분'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걸.


서로 대화하는 건 즐겁지만, 하루 종일 카톡이 오는 건 부담스러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잘 잤어?"가 오고, 점심에 "뭐 먹어?"가 오고, 퇴근하면 "집 갔어?"가 오고, 자기 전에 "잘 자"가 오는 게 힘들어졌다.


물론 처음엔 달콤했다. 누군가 나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게 좋았다. 그러나 그게 의무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은 바빠서지만, 가끔이라도 할 말이 없어서) 답장을 빨리 안 하면 "왜 연락 안 해?"라는 메시지가 왔고, "바빴어"라고 하면 섭섭해했다.


주말도 마찬가지였다. 한 주를 불태우고, 잠시 쉬는 시간이어야 할 그 시간.

그러나 상대는 당연히 주말을 함께 보낼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휴식이라 생각했다.

나는 토요일 오후를 함께 하는 게 좋았는데, 상대는 아침부터 밤까지 함께 있고 싶어 했다.

한 침대를 나눠 자고, 아침에 함께 커피를 마시는 그런 주말... 그게 커플이라면 응당 맞는 휴식이었다.


자고 일어났을 때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게, 아침에 혼자만의 시간 없이 바로 '우리'의 시간이 시작되는 건, 영 내 삶의 방식이 아니었다. 많이 양보해도 이렇게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정도만 함께 있고 싶었다. 나머지는 각자의 삶을 살고 싶었다.

상대를 사랑했다. 사랑했기에 이 정도나 양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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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난 적은 없었다.

모두가 더 자주 만나고 싶어 했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했고, 결국 아예 함께 사는 미래를 만지작댔다.


"우리 결혼할까?"

아마 나 말고 많은 커플에게 라는 이 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천국이 열리고, 가슴이 터지며, 인생 2 막이 될 것이라 추정(?)된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이 주제가 다뤄지기만 해도, 나는 생각했다. "이제 끝이구나."

연애도 이렇게 버거운데, 결혼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매일 아침 같은 공간에서 일어나고, 저녁에는 당연히 함께 있어야 하고, 주말도, 명절도, 휴가도 모두 함께. 거기에 아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나는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혔다.

영원한 결합을 꿈꾸지 않는 내가, 영원한 결합을 꿈꾸는 상대의 시간을 더 뺏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죄책감이 몰려왔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의 관계에서, 그들을 보내줬다.

물론 미안했다. 그들은 잘못이 없었다. 다만 나는, 그들이 원하는 만큼을 줄 수 없었다.

-

매일 연락하고, 매 주말을 함께 보내고, 결혼해서 한 집에서 사는 것이 싫다.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나는 그런 형태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너는 대체 뭘 원하는 거야?"

마지막 헤어짐에서 어떤 그녀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결국, 혼자가 되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혼자를 선택했다.

나는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다. 연애조차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그리고 그게, 꼭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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