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름 아나스타샤
시간이 그리고 세월이
앞뒤 없이 막 내달리는 듯해서
쫓아가기 버거워 멀미가 난다고
친구랑 얘기합니다
붐이 채 오기도 전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버들강아지 소식에 이어
아직 봄꽃들이 피어나기도 전인데
가냘프면서도 올곧은 그녀
아나스타샤를 먼저 만납니다
그녀의 이름은 아나스타샤
계절아 비켜라~
거침없이 쭉쭉 피어냔
아나스타샤 국화
비운의 공주 이름이 아니라
국화꽃의 이름입니다
국화는 엄연히 가을꽃이고
게다가 존엄함으로 피어나서
잔잔한 들국화나 소국이 아니면
애틋하고 사랑스럽다고 말한다거나
아련한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어설픈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아닙니다
가을꽃의 대표미인 국화 중에서도
가녀린 키다리 미녀 아나스타샤를
겨울 끄트머리에서 우연히 만나
야리야리함 속에 숨은 단단함에 이끌려
한참 들여다봅니다
대국이니 당연히 꽃송이가 크고
뾰족뾰족한 꽃이파리가 올곧게 뻗으며
나 보란 듯이 활짝 피어난
아나스타샤의 이국적인 매력에
스르르 빠져듭니다
역경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쾌활함이라는
참 든든한 꽃말이 마음에 들어요
게다가 고결함과 고귀함이라는
품위 있는 꽃말도 덤으로 가졌는데요
핑크와 라임색 꽃송이들이
산뜻하게 잘 어울립니다
은은한 향기까지 달콤하게 다가와
기분 좋은 순간을 물들입니다
아나스타샤 라일락도 있다는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슬며시 고개를 내젓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마음 기울이기보다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현실의 꽃과 함께 웃어보자고
마음을 바꿔봅니다
아나스타샤
계절과 상관없이
지금은 너의 시간이야
싱그러운 라임 빛깔과
화사한 핑크빛으로 반짝이는
너의 꿈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