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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저글이 기차처럼

by 복습자

학창 시절 잊히지 않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더위와 학업에 지쳐 수업 시간 졸기만 하는 우리에게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얘들아, 딴짓을 해도 좋으니 졸면서 그냥 사 흘려보내지 말고 창밖의 여름을 봐. 너희 자리에서 보이는 창밖의 나무들, 하늘, 구름, 열일곱의 여름을 간직해라."


다시 오지 않을 여름을 바라보라는 당부였습니다. 그 여름 제자리에서 보이던 플라타너스, 초록의 흔들림, 열일곱의 여름은 여전히 선연합니다. 그 시절 무엇을 공부했고 틀렸고, 무엇을 잃고 또 무엇에 속상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저 바라보았던 여름 창밖의 한 조작은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지금 여러분의 창밖에는 무엇이 보일까요.


삶은 우리가 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기억하는 것, 우리가 이야기하기 위해서 기억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은, 혼잣말하도로록 내버려두는 것입니다.


차례대로, 최지은, 시그리드 누네즈, 박주영이 쓴 글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절에 맞춰 꽃놀이를 하는구나.


한편, 뒤에 두 문단을 곱씹다 보니 말이 안 되는 똑같은 말을 수십 번 하는, 일명 '고질민원인'이 떠오른다. 하소연의 근간은 두 갈래다. 결국 '돈'과 '관심'이다. 그래서 돈이 얽힌 이야기가 아닌 한, 오죽하면 심정으로 그들의 말을 들어준다. 전자가 훨씬 많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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