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몸이 영악한 마음을 이기는 그 순간을 기억하며
한 마리의 자유로운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이런 걸까? 내가 누구인지,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사는 지가 정리되었으니, 이제는 남에게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느낀다. 더불어, 내 마음은 내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네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신나고 즐거운지 찾아보자
가장 먼저 내가 한 일은, 원하는 모든 레저 프로그램을 등록하는 것이었다. 예전의 나는 "레저활동은 아이들이나 빠뜨리지 말고 챙겨줘야할 것" 이라고 생각했고, 특히 이민자인 내가 감히 즐길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생각을 뛰어넘을 용기가 생겼다.
캐나다에서도 한국에서만큼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면, 이민자로서의 내 삶도 성공이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내적 동의가 스스로를 움직였다. 나는 과거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백화점 문화센터 강의나 각종 학원 취미반에서 느꼈던 설렘과 활력을 다시 찾고 싶었다.
춤추는 순간, 자유를 얻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 언니들을 떠올리며, 피트니스 수업에서 나도 모르게 온 힘을 다해 춤추기 시작했다. 강사의 속도보다 두 세 배 빠르게 뛰어도 지치지 않았다. 몸이 날아 오르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더 이상 남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내 몸짓과 리듬에는 집중하고 있었다.
예전의 나는 소수인지, 다수인지, 내가 남들 사이에서 얼마나 노력해야하는지 고민하며 내 자신을 평가하기 바빴다. 스스로에 누구보다 인색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멈췄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맨눈으로 뚜렷히 직면하며 부끄러움 없이 웃고, 춤구며 움직였다. 생 후 처음으로 내 스스로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이민자 출신 강사는 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다.우스꽝스럽다 해도 상관없다. 나는 지금 숨을 쉬고, 뛰고, 춤추고 있으니까...
나를 묶던 사슬에서 벗어나다
영어 한마디 실수할까봐 두려워했던 내가, 이제는 캐내디언들 앞에서 거울 속 내 모습을 응시한 채 당당히 춤을 춘다. 체력이 약하다고 스스로를 단정 지었던 과거의 나를 깨뜨렸다. 운동 신경이 둔하다고 믿었던 나 자신을 뛰어넘었다. 내 몸이 내 마음을 이길 수 있음을 깨달은 순간, 나는 완전히 새로운 나로 거듭났다.
춤은 단순히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있는 춤은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부끄러움을 정복하며 춤을 추다보니, 어느새 마음 속 깊이 자신감이 생겼다. 반복되는 몸짓 속에서 내 마음의 불완전함은 녹아내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자유와 승리를 맛보았다.
내 삶의 승리자
나는 더 이상 완벽이라는 기준과 나 자신을 비교하지 않는다. 누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의식할 필요도 멈추었다. 아무리 예뻐도, 아무리 몸매가 멋져도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나 곁눈질하느라 정작 스스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감 없어하는 태도가 얼마나 시시한 것인지 이제야 인식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행위에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타인의 평가나 세상이 나를 받아줄지 말지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으로서 나는 이제 내 삶의 승리자다.
내 몸이 내 마음을 이기며, 몸과 정신, 마음이 하나로 연결된 유기체임을 경험했다.
내 의식이 내 무의식을 지배했다.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있게 춤추는 회기가 반복되자, 내 마음속 불행과 행이 섞이여 무엇이 진짜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용기있는 불완전함이 완전함이나 완벽함 같은 것 들을 완벽히 녹다운시켜버렸다.나는 오늘부터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내 삶의 승리자가 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내 맘대로 나 자신에게 규정했던, 내 알을 깨고 나온 지금, 나는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강한 나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