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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Sep 20. 2021

썩 반가웠던 하루

잡념의 조각

가만히 누워서 또는 앉아서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을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구름을 바라보면 가만히 있지 않고 옆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구름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거를 쉽게 깨달을 수 있다. 그 구름은 저 멀리 떠 있는 별을 가리거나 다시 드러나게 한다. 초등학교 학창 시절에 듣던 동요처럼 왠지 점프하면 닿을 거 같고 손을 뻗으면 몽글한 게 손에 쥐어질 것 같다.

 별은 대중적인 낭만의 속성을 지니지만 구름도 낭만일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는 흔하지 않고 우리에게 청명한 하루를 안겨주지만 그렇다고 구름이 있다고 해서 날씨가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언젠가 해외로 여행을 나갔을 때 구름이 여느 때보다 훨씬 더 낮게 떠 있는 것이 느껴진 적이 있다. 그때는 왜 또 그리 구름들이 예쁘고 환상적이고 유달리 느껴졌을까. 그냥 그런 모습을 처음 봐서였을까.

  어린 시절 나는 밤에도 구름이 보이냐고 어머니께 물어본 적 있다. 어머니는 직접 밖에 나가서 하늘을 보고 확인하면 되지 않느냐 하고 대답을 제대로 안 해주셨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지금 한 한적하고 높지 않은 옥상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어두컴컴하지만 하지만 아파트 불빛은 즐비하고 덕분에 별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나마 몇 개 보이는 별은, 지나가는 구름에 가려졌다가 나타났다가를 반복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못 보게 가리는 구름이 밉지는 않다.


 썩 반가웠던 구름은 그렇게 떠 지나간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2021년 9월 20일 백예린의 산책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프로필 사진처럼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며.

집중력이 유난히도 떨어지는 내가 이 순간에 다시금 모든 감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던

목적의식 없이 상념에 가득 찼던

집 근처 공원에서의 오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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