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첫, 서재 방문기 ep.1

떨리진 않아도 초심을 느끼고 싶어

by 건너별

그런 날에,



떨립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떨리지 않아요. 말초신경이 무뎌진 걸까요. 아니면 그냥 예상이 되어서의 익숙함일까요.

고속도로를 지나며 보이는 산등성이와 능선처럼 가볍게 안착한 열차 좌석에서도 주택과 자연의 전경들이 나의 내음을 훑고 가웁니다. 역에 잠시 멈출 때 보이는 커다란 표지판과 역 이름. 그리고 터널. 나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멀어지고 있어요. 일상으로부터 멀어지는 모든 순간을 여행이라고 하기로 한 순간부터 나는 미세하게나마 더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의 숨어있던 동력들을 따끔거리게 하고 잠시 일으켜세우고 싶었어요. 묻어둘지언정 잊지는 않고 싶었어요. 나조차도 몰랐던 생경함을 뿜어내고 싶었어요. 그게 나에겐 어쩌면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이니까.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는 말은 나의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말로 대체하면 더 구체화하여 이해해볼 수 있어요. 여유로운 삶이란 멍하니 흘러보내는 삶이 아닌 것을 나는 다시한번 마음으로 되새기어 봐요. 하지만 효율성과 계산으로만 모든것을 판단할 순 없죠. 수치화할수 없는 나의 만족감. 그것을 잃지 않았으면 해요. 그게 우리가 결국 살아가는 이유이며 목적인 것을. 수단과 목적, 소유와 존재를 너무도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반갑게 떠올리는 이 순간 속에 나는 만족감을 느껴요.

하지만 시기에 따라 집중해야 하는 항목들은 분명히 있죠.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 나의 삶에 우선순위는 뭘까요. 아, 어려워라. 그래도 티끌 만한 근거를 긁어모아 뾰족함으로 나아가야지 어쩌겠나요. 아니라고 해도 중도에 뒤돌아보는 건 그만합시다. 나는 집중할 수 있을 거에요. 확신을 갖고 후회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나를 다시 조금 더 오래갈 폭신한 보금자리로 숨쉬게 합니다.

열차의 안내 방송에서 김유정역을 외치는지금, 저는 낡은 경첩과 같은 목재 내음 가득한 기대를 안고 춘천의 한 마음터로 북스테이를 하러 갑니다. 처음이 아니라도 첫 다짐처럼. 눈을 감았다 떴을때 나타난 복숭아 빛깔의 미적지근 한 듯 해도 따뜻한 반가움처럼.


첫, 설렘. 첫, 비움. 첫, 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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