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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n 16. 2021

자신의 늙어감에 대해 존중

돌이켜보면 늘 쫓기듯 살아왔다. 삶의 각 단계마다 잘 알지 못했지만 무언가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또 매진했다. 수영을 배울 때는 자유 연습 시간에 초보자 레인을 헤쳐나가면서도 늘 옆의 중급반을 훔쳐보았다.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좀 더 나은 자리를 가려고 애쓴 것 같다. 사실 무슨 길이 나에게 더 좋은 길인지 당시에는 알 수 없다. 다만 막연한 판단과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사회생활의 한 단계가 지나면 영원히 다음 단계가 있을 거라고. 유모차에 의지하여 힘겹게 지나가는 허리 굽은 할머니의 모습은 남의 일처럼 받아들였다. 지팡이 대신 왜 유모차를 미는지 당시에는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 사회에서 일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체력, 나이, 환경이 60세를 전후로 급변하는 현실을 직접 목격하면서 먹고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30대, 40대, 50대의 시간들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것 같다. 한참 일을 할 때는 늙어감이라는 자연의 섭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바뀌고 신대륙 발견 후 탐사가 진행되는 등 인간 이성에 격변을 일으켰던 16세기를 면서 자신의 연구에 몰두했던 몽테뉴는 인간 이성의 한계를 느끼고 인간을 자연의 거대한 힘에 종속되는 존재로 여긴 것 같다. 자신의 앎에 대한 연구를 통해 자연과 우주를 이해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19세기에 인간과 신이 결국은 하나로 귀환한다는 범신론적인 초절주의를 주창한 에머슨은 자연이 노년기의 삶에 던지는 조건을 '학살'이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보통 사람들은 젊은 시절의 삶과는 너무나 다른 노년기에 대해 남의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둘러보면 젊은이도 현재의 노인들을 통해 미래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젊음과 늙음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분리될 수 없는 자연현상이다. 무덤 앞까지  빨리 달려갈 일은 아니다. 수명이 연장되어서 무덤까지 길이 늘어나 빨리 갈 수도 없다. 젊은 시절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다면, 늙음도 충분히 아끼고 가꾸어야 할 시기이다. 젊음만이 인생에서 의미가 있다는 인식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다. 랑케는 85세에 세계사 전체를 다루는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 젊어도 자신의 늙어감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젊어서도 나이 들어감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은 지혜를 배울 준비가 되어있다. 1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가구 수의 39.5%(2021.4월 기준 통계청)에 달하고, 2920년에 15.7%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에 20.3%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는 젊음과 늙음에 대해 새로운 인식과 생활환경이 구축되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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