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풍 Jun 22. 2021

드라마와 가상현실의 영향력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마치 드론이 원격 배송지에 떨어뜨린 택배 물건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그리고 꿈의 세계에서 의식은 돌아왔지만 정신이 들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 생각이 없이 '아침이다'라고 느끼며 바로 무언가에 착수했던 것 같다. 어젯밤 자기 전에 두었던 장난감을 다시 가지고 놀거나,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온갖 것이 잘 있는지 점검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침에 잠에서 깨면 늘 무슨 꿈을 꾸었는지 복기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꿈속의 등장인물과 꿈의 스토리가 나의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나의 삶과 무관한 내용인지를 생각해 본다. 시간이 지날수록 꿈의 내용이 흐릿하게 변하고 이내 검은 커튼이 쳐지면서 사라진다. 꿈과 관련해서 특이한 점은 느닷없이 수십 년 전에 꾸었던 꿈의 내용이 순간적으로 기억 속에 실감 나게 떠오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꿈의 해석을 통해서 자신의 무의식 상태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자녀를 출산 시에 꿈의 해몽도 하고 돼지꿈을 꾸고 복권을 사는 사람도 있다. 필자는 한 때 꿈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암시한다고 믿었는데, 지금은 꿈과 현실은 상호 연관성이 있을지라도 서로 다른 세계라고 느껴진다. 마치 사후세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삶의 세계와 의미 있는 소통이 어려운 것과 유사하다. 노자, 장자, 명상 철학자들이 잘 때의 꿈뿐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현실도 실제로는 또 다른 꿈이라고 다. 우리의 현실이 신의 꿈일 수도 있겠지만 막상 우리 스스로에게는 꿈은 꿈이고 현실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본다. 21세기 들어서 인간의 의식적인 현실에 큰 변화가 두 가지 면에서 일어나고 있다. 첫 번째는 영화, 드라마, 광고에 나타나는 스토리의 세계와 자신의 실제 삶의 환경 사이에 착각이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다. 너무 비현실적으로 과장된 드라마나 광고에 집착하면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이 초라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나에게 멋지게 대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멋진 사람이 나타나도 드라마의 주인공과 비교해서 그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영화, 드라마, 광고는 실제 내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에 눈을 감게 만든다. 이는 마치 간밤에 꾼 꿈속의 주인공만을 생각하고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두 번째로 요즘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의료기술에 적용하는 등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장점도 있겠지만, 이러한 변화가 인간의 현실감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점이다. 실제로 너무 잔인한 게임에 빠지면 현실의 삶에서도 유사한 잔인성을 무의식적으로 용납할 수 있다. 너무 가상현실에 빠져들단순히 관람만 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비현실성을 월등하게 뛰어넘게 된다. 두발로 걷고 하루 세끼를 먹고 몸을 움직여야 살게 되어있는 인간 존재의 현실을 망각하게 된다. 숨을 쉬는 인간들 간의 진지한 대화나 접촉이 경시될 가능성이 크다. 프로이트 같은 사람들은 밤의 꿈과 낮의 현실이 의미적으로 상호 연결되었다고 믿었다. 이제는 밤의 꿈만이 문제가 아니다. 지나치게 과장된 내용으로 포장된 영화나 드라마의 스토리들에 추가되어 가상현실의 체험이 실제 삶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간에게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비현실인지 경계선이 모호해지고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로봇과 혼인을 했다는 해외 뉴스도 들린다. 인공지능 의사와 심리 상담을 하고, 인공지능 말동무와 대화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 드라마, 광고, 가상현실, 인공지능 로봇 등이 부여하는 가치 기준이 너무 높아서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기준에 못 미친다고 무시하게 될 가능성이다. 인간이 만든 기술이 사람이 가진 동물적인 한계를 극복해서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보통 사람들의 의식이나 감정에 변화가 지속적으로 일어나서 주변 사람을 드라마 속의 부자, 광고 속의 미남미녀, 가상현실 속의 기계적인 젠틀맨, 알파고가 아니라고 무시하는 가치관이 지배하게 된다면 자칫 인류 문명의 토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전 14화 롤모델로부터 배우며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