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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05. 2024

신, 인간, 세포의 프랙털 구조


사람이 생각이나 의지로 자신의 몸을 다룰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뼛속에 각인된 집단적 특성이 개별 의지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현상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본능이라고 여기는 특성을 유전자와 진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사람들이 있다. 골드먼 리는 <진화의 배신: 영어 원제는 Too Much of A Good Thing- How Four Key Survival Traits Are Now Killing Us>에서 과거 수렵시대 인류의 생존에 필요하도록 진화한 신체의 네 가지 특성이 현대인들에게는 오히려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구석기시대 이후 수렵인들은 굶주림에 대비한 음식의 축적욕구, 탈수를 막기 위한 물과 소금에 대한 욕구, 포식자로부터 도망가려는 두려움과 불안감, 그리고 출혈 시 혈액응고를 통한 생명유지 방법을 통해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음식이 충분한데도 늘 과식을 하므로 비만, 당뇨, 고지혈증에 시달린다. 운동부족 상태에서 짠 음식을 자주 먹어서 고혈압과 심장질환이 많다. 포식동물이 없는 대신 주변의 사소한 일들에서 불안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질환을 겪는다. 그리고 혈관 상처를 치료하는 응고유전자들이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등 건강하지 않은 음식성분들과 결합되어 동맥경화와 혈관질환을 일으킨다.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답하려면, 우리의 생각과 몸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몸을 다루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러한 인간의 의미를 따지는 것은 공허하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옵소서"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기도문은 아름답지만, 현실 삶에서 100%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과식욕과 두려움이 진화에 따른 본능이고 우리가 의지로 바꿀 수 없고 받아들여야 한다면,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며 늘어난 수명을 보내야 한다. 또 다른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주장한 대로, 만약 개별 인간이나 인간종을 움직이는 주체가 유전자이고 인간은 유전자의 선택을 전달하는 수단일 뿐이라면, 인간의 존재의미는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들의 관점에 따르면, 인간은 피부철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우주선이다, 그리고 그 속에 엄청난 규모의 유전자 승객들이 적자생존을 통해서 우주선의 핸들을 쟁취하려고 싸우고 있는 현상이 인생이다.

인간을 구성하고, 유전자들의 집인 약 60개 조의 세포들도 각자 세포의식이 있다고 한다. 후성유전학을 개척하고 <믿음의 생물학>의 저자인 브루스 립튼은 인간이란 60개 조의 세포들로 이루어진 연합체라고 본다. 각각의 세포들도 호흡기관, 소화기관, 배설기관, 에너지 발전소를 갖추고 있고, 각종 수용체가 작동하는 맴브레인이라는 세포의 표면이 세포의식의 주체라고 본다. 세포들의 연합체인 인간의 생각을 개별 세포들이 인식하므로, 늘 좋은 생각을 하면 그러한 신념이 세포에 대한 외부 환경으로 작용하여 DNA, RNA, 단백질을 움직이고 질병도 치유하는 특질을 후성유전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인간단위라는 존재가 단지 세포 속 유전자들의 조종대상이며 의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60조 개 세포들로 구성된 인간의 전체의식이 개별 세포들에게 자신의 신념을 전달하여 세포들과 공생하는 존재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더 나아가서 이 모든 것을 뒤에서 총괄하는 신적인 존재와 인간들과의 관계도 마치 인간과 전체세포들과의 관계 속에 놓여있는 상위 프랙털 구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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