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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Oct 04. 2024

언행일치의 한계 인식


자신의 생각 또는 말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언행이 일치된다고 한다. 영어로 일관성을 의미하는 인테그리티(integrity)는 자신의 가치관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 상태를 말한다. 서양 회사의 채용면접에서 인테그리티 여부가 자주 질문된다고 한다. 이런 생각과 행동의 일관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관계에서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한 말이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개인적인 차원에서 언행의 일치가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남에게 한 말 이전에,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 예를 들어, 건강을 위해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굳은 결심이 보통 오랫동안 지켜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속담이 있을까. 오늘부터 사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고, 매사에 인내심을 가지고 살겠다는 결심을 안 해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결심한 지 1분 후에 앞서가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다고 화가 끓어오른다.

왜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결심을 실제로는 지키지 못하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우리의 생각(말은 생각이 외부로 표시되는 도구)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차원에서 뇌 속에서 끝없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의 형성과정에는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교육뿐만 아니라 수많은 외부의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 어떤 경로로 생각이 만들어지더라도 생각은 행동에 옮겨지기 전에는 단지 생각일 뿐이다. 문제는 우리의 생각과 현실에는 심한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세상의 평화, 공정한 사회, 건강한 삶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어디서엔가 끝없는 전쟁과 살인이 발생하고 있다. 아무리 민생과 공정한 사회를 외쳐도 누군가는 이 순간에도 가난과 빚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또한 아무리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도 우리의 먹거리와 식품은 건강을 해치는 가공식품으로 넘쳐나고 있다. 생각은 이상적인 목표를 세우고, 심지어 세상을 개선하겠다는 결심까지 하지만, 그 사람의 몸은 세상이 엉망진창이라는 점을 시시각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간은 오감을 통한 정보를 통해 생각을 만들지만, 실제 행동의 주체인 우리 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수많은 정보를 육감을 통해서 처리한다. 우리의 개별 의식은 오감을 통해 세상을 파악하지만, 우리 몸의 사령탑인 잠재의식은 육감이나 영감을 통해 세상을 파악한다. 잠재의식의 정보처리 속도는  의식에 비해 수백만 배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 몸의 최고의 가치는 나의 안전과 생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머릿속에서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더라도, 몸은 그런 생각을 따르는 척만 하고 실제로는 나의 이익을 위해서 생각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걱정이나 불안도 영원한 내용은 없고, 그 원인이 수시로 바뀐다. 우리 속에는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경계장치가 설치되어 있고, 그 장치가 바로 기계처럼 끝없는 불안과 걱정을 계속해서 생산해 낸다. 아무리 내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도 안된다. 그 이유는 우리의 몸이 인류전체 사회가 집단으로 엉망진창이라는 점을 느끼고, 내가 위태롭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은 개인적으로 작동하지만, 우리의 몸은 집단무의식을 통해서 인류 전체에게 작동한다. 칼 융이 이 점을 발견했다. 핵전쟁이나 기후변화의 위협을 인류의 집단의식은 개인보다 훨씬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결심을 실제 행동에 옮기지 못하거나, 늘 무언가를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진짜 이유는 개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거나 결심을 하더라도 우리 몸이 느끼는 현실을 깊이 배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매우 현실적인 생각을 못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상적인 생각이나 세상을 개선하는 노력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 인간은 개인적인 머리와 인류 전체라는 집단의 일부인 부분적인 몸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알자는 것이다. 코로나19 등 바이러스 질환과의 싸움 과정에서 인류 전체의 면역력이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 전체의 면역력이 세지면, 바이러스는 사라진다. 실을 알고 사는 것과 무턱대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우리 몸이 인류 전체 차원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면, 좀 더 현실에 맞는 생각이나 결심을 할 수 있고, 그것을 실천하기도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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