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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한량 Dec 07. 2020

운동 도장깨기 하는 녀자-국궁

(6) 국궁

최근엔 제가 좋아했던 운동 위주로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꽤나 정리에 부담이 되는 국궁(國弓)인데요,

어디까지나 아마추어 차원에서, 개인적 경험을 위주로 정리할 생각이니,

혹여 비전문성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제 책임이 아닙니다(?). ㅎ


일단 국궁이 뭔지, 짚고 넘어가야겠죠.

워낙 방대한 자료로 정리되어있다 보니, 간단한 개요만 먼저 가져왔습니다.




활은 원래는 무기였으나 총이 출현하면서 그 위력을 상실하고, 오늘날에는 스포츠 종목으로 대중에 보급되었다. 궁도는 국궁(國弓)과 양궁(洋弓)으로 나뉘는데, 예부터 한민족에게는 가장 대중화된 무예이자, 심신단련과 호연지기를 기르는 방편이었다.

(출처: 두산백과사전)


국궁(國弓)

한국인의 전통 궁술. 또는 전통 활을 일컫는다. 택견, 씨름에 이어 2020년 7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 제142호로 지정되었다. 씨름과 마찬가지로 특정 보유자나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제의 영향으로 궁도라는 명칭으로도 부르지만 현재에는 궁술 등의 명칭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이 많다.

(출처: 나무위키)



우리나라 전통 궁술로 존재했으나, 일제강점기에 많은 부분이 사라지고 흐트러진 부분이 많았더라고요.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양궁은 워낙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도 잘하는 국가라 좀 더 익숙하실 테지만, 국궁은 접하실 기회가 거의 없었을 거예요. 

(그래도 요즘엔 전통문화 체험장 같은 곳에 가면 간혹 있어서 훨씬 기회가 많아졌죠.)


저는 왜 처음에 국궁에 관심을 가졌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때문이었던 거 같기도 해요. 

거기서 나오는 에피소드 중에, 성균관 유생들이 편을 갈라서 운동 경합을 벌이는 내용이 있었죠.


(이때 제 최애는 송중기여서 괜히 사진 가져와보고... & 여기서 활 쏠 때 이민영이 한쪽 눈을 감길래 따라 했다가 사범님한테 엄청 혼났어요;; 두 눈을 떠야 과녁을 볼 수 있는데 왜 한쪽을 감냐고;;)



원체 사격이나 양궁 같은 것에 관심이 있었기도 했고, 전통무예도 배워보고 싶었던 차에, 그 장면을 보고 인터넷 검색을 해서 집 근처 산에서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냈더랬죠. 


국궁은 학원 같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대한궁도협회 회원으로 가입한 후(연회비 있음), 집에서 가까운 '정'을 찾아서 등록을 하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관악산이 가까워서 관악정에 등록했었죠.

출처: https://blog.naver.com/netsune/221028196355


비용 궁금하시죠?

저는 2008년에 배우러 다녔어서 그때 기준으로 정리해봅니다.



처음 시작할 때 드는 비용


협회에 내는 가입비 20만 원 (남자는 10만 원 더 비쌌던 거 같아요. 아무래도 등록하는 성비가 여성이 적다 보니 우대해주는 듯),

관악정에서 관리해주시는 분 인건비 및 운영비 월 5만 원 (이건 좀 기억이 가물한데, 이거보다 비싸진 않았던 거 같아요),

활 구입비 20만 원 (처음엔 연습궁이라고, 정에 비치되어 있는 걸로 해볼 수 있는데요, 아무래도 자신의 몸과 근력에 맞는 무게의 활을 구입하게 됩니다.),

화살 구입비 개당 7천원~1만원 (보통 10개씩은 사서 사용해요. 과녁에 날리다 보면 부러지거나, 분실하게 되는데 - 이게 왜 일어나는지는 아래에서... - 저는 막판엔 30개 정도로 쐈던 것 같아요.)


얼핏 좀 많이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호회처럼 운영이 되고 있어서 따로 강습비 같은 건 없었어요.

정에 등록할 때, 사범님(멘토 같은?)을 개별로 배정해주고 그분에게 직접 사사하는 형식이라 편안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활 모양

국궁이 세팅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면, '응? 뭐지?'라는 생각이 드실 거예요.

보관할 땐 이렇게 C자형으로 생겼습니다.

이걸 양끝을 뒤집어서 시위를 걸어주면 이렇게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으로 되는 거죠.




활쏘기는 어떻게 진행되나?


TV 드라마 같은 데서 보면 가늠이 잘 안되지만, 국궁은 상당히 먼 곳에 있는 꽤 큰 과녁을 맞추는 운동입니다.

활터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미터 (헉이죠? 양궁은 그에 반인 70미터예요), 근데 과녁의 크기가 엄청 커요. 높이 2미터 66센티. ㅎㅎ

https://blog.naver.com/netsune/221028196355


제가 활쏘러 다닐 때도, 사실 활을 쏘는 그 운동보다, 쏘고 나서 활을 주으러 왔다 갔다 하는 게 더 힘들었어요. 


위 사진은 관악정의 과녁을 찍은 사진을 가져와본 것인데, 과녁이 일직선 너머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저 중간에 계곡이 있습니다. =_=

그래서 화살을 다 날린 후에 그걸 주으러 계곡 너머로 슬렁슬렁 갔다 오면 15분 정도 걸려요.

(그러다 보니 화살을 많이 사게 되는 겁니다. 30발 쏘고 한 번만 다녀오려고 ㅋ)


물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쏠 때에는(주로 주말) 관리해주시는 분이 건너편 안전지대(위험하니까 작은 경비초소 같은 건물이 있어요)에 계시다가, 활을 다 쐈다는 신호를 보내면 활을 주워서 도르래 통에 넣어주시는 시스템도 운영합니다. 

도르래 통에 화살을 넣어서 케이블로 정까지 보내주시면 활 끝을 물로 씻어서(흙바닥에 처박혔을 가능성 높음) 닦아내고 다시 그 활로 쏘는 거예요.



참, 국궁 화살 끝은 영화 같은 데서 본 것과는 달리 뭉툭하게 생겼습니다.

출처: 뉴페이스몰


그래서 과녁에 박히는 게 아니라, 과녁을 '치는' 것으로 평가합니다. (물론 박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 멀어서 눈으로 잘 안 보여요. 그래서 과녁에 센서를 달아서 맞으면 '띵동' 소리가 나도록 되어 있습니다. 


국궁은 근거리 목표물을 맞추는 것과는 거리가 좀 멉니다. 그래서 아무리 명궁이더라도 20미터 앞의 축구공도 못 맞춘다는 말이 있더군요.

아무래도 화살을 어느 지점 정도로 멀리 보내는 데에 중점을 맞춘 거라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양궁보다 인기가 없나...)




이 운동의 가장 좋았던 점, 그리고 그만두게 된 이유


전 사실 처음에 국궁했을 때 너무 재밌어서 회사 출근하기 전에 새벽에 활 쏘고 출근하고 그랬어요.

(정과 회사가 모두 가까웠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처음 배울 땐 익숙하지 않아서 활시위로 자꾸 왼쪽 팔목을 때려 맞곤 하는 데 (모든 초보가 그렇습니다;),

팔뚝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활이 시위를 떠나서 '피융~'하고 날아가는 소리가 너무 좋은 거예요.

그때 묘한 자유로움과 시원한 느낌이 다른 스포츠에서는 만날 수 없는 희소한 가치를 줬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2011년에 <최종병기 활>이 개봉되었을 때 극장에서 보면서, 활 뜨는 소리를 다시 듣게 되었을 때 제 근육이 반응을 하더라고요. 진짜 그 소리 너무 좋아요. ㅜ_ㅜ

(이 영화 안 보신 분들은 추천드립니다. 잘 만들었어요-영화적으로. 고증은 모르겠...)



어느 정도 연습을 하니 화살이 과녁에 맞으면서 '띵동' 소리가 나는 것도 성취감이 있었고요.


더불어, 준비자세에서 마음을 가다듬으면서 정신수양하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제가 성격이 급한 편이라 조금만 조급하게 굴어도 활이 제대로 나가지 않아서, 그 연습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한 6개월은 열심히 다녔답니다.


그러다 왜 그만두게 되었느냐...


제가 이 운동을 할 때가 서른을 갓 넘은 나이였어요.

회원 중에 여자분들이 별로 없기도 했고, 연습 다닐 때 보면 제가 가장 어렸기 때문에, 사람이 많은 시간에 가면 온갖 관심과 간섭이... 너무 귀찮았습니다. -_-


물론, 어르신들이 좋은 마음으로 조언해주시는 거라 믿고 싶지만,

저는 조용히 정신수양하면서 활 쏘고 싶은데, 이걸 지켜보던 분들이 꼭, 활 잡는 모양부터 이 사람은 이게 맞다, 저 사람은 저게 맞다... 훈수를 두기 시작하고 (나는 사범님이 계신데! 왜 당신들이!)

심지어 자세 잡아준다고 자꾸 몸에 손을 대시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활쏘러 가는 길이 맘이 편치 않아지고 

사람들 덜 만나기 위해서 평일 새벽에 다니다가... 저도 직장 다니느라 힘들다 보니, 안 나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회비 내는 것도 아깝고 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제 활과 화살은 그곳에 방치해두었는데... 중간에 그거라도 챙겨 올 걸, 아깝습니다. 흑.



당시에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는데, 저에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은 바로 이 회원증이네요. ㅋㅋㅋ

(저 사진은 당시 조금 보수적인 회사에 입사원서 내느라 TPO 맞추다 보니.. ㅋ)



나이 들어서 다시 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언제쯤 하려나... ㅎ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번 운동 얘기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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