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승마
승마.
고오급 스포츠의 최고봉 중 하나죠.
웬만한 기초 상식 수준에서 알고 계시는 운동이긴 합니다만, 정석대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죠? ^^
사람이 말을 타고 부리는 여러 가지 동작 또는 그런 경기를 말한다.
근대 승마는 14~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6세기 유럽으로 확산되었으며, 1900년 제2회 파리올림픽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일시 제외되었다가 1912년 제5회 스톡홀름올림픽대회부터 다시 경기를 치렀으며,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올림픽대회부터 지금의 마장마술·장애물비월·종합마술 개인 및 단체 종목으로 정비되었다.
이밖에 국제승마연맹이 공인하는 종목은 지구력·마차·마상체조·레인닝 등이 있다.
출처: 두산백과
그래도 뭔가 정보를 더 가져와야 할 것 같아서, 이런 걸 찾아왔습니다. ㅎ
그나마 요즘엔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편입니다만(정XX 때문인가...), 제가 어렸을 땐 진짜 도심에서 말 구경하기는 힘들었습니다. 특히 지방이면 더했고요.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신기한 건 다 해보고 싶어하는 성격 탓에, 어떻게 어떻게 지방 소도시에서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우연히 알아냈다죠.
심지어 체육회 같은 곳에서 저변 확대차 저렴하게(30년 전 강습비 월 5만 원. 제 피아노 학원 강습비와 비슷해서 기억합니다) 강습을 진행하는 곳이 있어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저와 비슷한 성향이셨던 아버지는 오케이.
하지만 어머니는 결사반대하셨어요. 떨어지면 목뼈 부러져서 즉사한다고;;
그렇게 만화영화를 보면서 승마 소녀의 장면을 꿈꾸던 저의 바람은 꺾였지요.
물론 그냥 말을 '타보는' 경험은 할 수 있었습니다.
제주도나 경마장 같은 곳에서 체험 식으로 타볼 수 있는 기회는 있잖아요?
하지만 저는 달려보고 싶었거든요.
몽골 초원 같은 곳에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정우성처럼 말 위에서 장총을 장전해서 쏘진 못하더라도, 끝없는 초원을 마구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이었습니다.
그러다 저에게 첫 번째 기회가 온 건,
2018년 퇴사 후 쿠바 여행에서 정글탐험 승마체험에 참여한 것이었어요.
말을 타고 왕복 4-5시간 코스(물론 중간에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습니다)의 산길을 돌아보는 체험이었는데, 이때 말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고(전반적으로 말들이 굉장히 착하고 순했어요. 사이즈가 작은 편이기도 합니다.) 신기한 체험을 했습니다.
한 팀당 4-5명씩 모여서 출발하고 거기에 가이드 같은 사람이 1-2명 붙습니다.
하지만 코스가 거의 동일하게 여러 팀들이 움직이다 보니, 이렇게 중간에서 많은 말들을 만나게 돼요.
그리고 다다른 곳은 작은 계곡과 샘이 있는 곳!
수영복을 준비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수영도 하고 쉬었다가 다시 돌아가는 코스입니다.
제가 가이드에게 "나는 달리고 싶다. 달려도 되나?"라고 했더니, 달리라고 하였지만,
어떻게 해야 말이 뛰는지... 알 수가 없어서 결국 그냥 속도 맞춰 걷는 것밖에 못했더랬죠.
정글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뙤약볕의 평지를 걸어야 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는 체험이었어요.
쿠바에 여행 가시는 분들은 꼭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갔던 여행팀에서도 많은 분들이 무섭다고 참여를 안 하시는 바람에 3명 정도밖에 안 갔는데, 그분들 너무 안타까워요. 숙소에서 재밌으셨으려나...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제 말이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리면서 뒤로 쏙~ 미끄러져버렸습니다.
다행히 크게 충격을 받거나 다치진 않았는데(뭔가 슬로모션처럼 뒤로 떨어져서, 저도 엉덩이만 쿵하고 찍은 정도?), 다른 사람들이 더 놀란 상황?
알고 보니까 뒷발굽 하나에 큰 돌이 박혀서 미끄러졌더라고요.
가이드가 부리나케 달려와서 돌은 빼주고 다시 탔습니다.
그러나 전 떨어져서 놀란 마음보다, 떨어지는 장면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못 남긴 게 아쉬웠다는...
(이상한 애... -_-)
그리고 6개월 후,
저는 정식으로 승마를 배우게 됩니다!
이번에도 해외 찬스였죠.
제가 2019년 3월에서 5월까지 3개월 동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에어비앤비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기회가 있었거든요.
타국에서 3개월을 머무르는 동안, 한국에서 못해볼 만한 다른 것들을 최대한 해보자 마음먹었었는데, 세상에 그곳에서 승마를 배우는 게 꽤나 저렴하다는 소식을 지인에게서 듣게 된 거죠.
얼굴 보면서 영어를 지껄이는 건 그래도 대충 눈치껏 할 수 있지만, 전화로 영어 하는 건 너무 스트레스인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전화해서 문의하고, 예약하고... 그렇게 승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짧게 배우면서 승마복이나 모자를 사는 건 오버인 것 같아서 그건 두고,
안전을 위한 승마부츠와 양말만 구비하기로 했어요. 모자는 매회 대여료 1-2천 원 정도면 되어서 그렇게 때우기로.
다행히 데카쓰론 매장 큰 곳도 지인이 알려줘서 거기에서 가족으로 된 승마부츠를 나름 저렴하게 구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승마 라이프!
이곳에서는 승마장을 'Equestrian'이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저 단어 안 외워져서 매번 찾아봤어요. (지금도 안 외워짐 ㅋ)
'승마'보다는, 말을 타고 부린다는 뜻에서 '마술(馬術)'을 의미하는 영어단어인데,
'이퀘스트리어니즘(equestrianism)'은 '말[馬]'을 뜻하는 라틴어 '에쿠우스(equus)', '기사(騎士)'를 뜻하는 '에쿠에스(eques)'에서 파생되었다고 하네요.
강습료는 회당 지불이 가능해서 우리 돈으로 회당 3만 원이 조금 넘었고,
매주 예약을 잡아서 시간 맞춰 그랩을 타고 이동했어요.
사실 승마장이 도심 외곽에 있기 때문에 거기까지 가는 그랩 비용이 꽤 나왔습니다. (왕복 2만 원이 조금 넘는)
그래서 한 번에 5-6만 원 수준으로 진행했었고,
보통 1시간 정도 수업을 받는데... 사실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더운 나라니까 일부러 해가 없는 이른 시간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분만 지나도 선생님을 '그만 하면 안 될까요'라는 표정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여기 말들은 제가 쿠바에서 탔던 말보다 훨씬 컸어요.
그래서 더 무섭기도 하고 말도 잘 안 들었는데 (수업 시작 전에 마구간에서 배정된 말을 받아서 승마장까지 데려가야 하는데, 자꾸 옆길로 새서 풀 뜯어먹음... -_- 가자고 해도, 내 힘으로 잘 안 되는...;)
어떤 녀석들은 또 머리가 너무 똑똑해서, 선생님이 저에게 시킨 말을 지가 알아듣고 먼저 해버려서 제가 제어하는 게 아니었다는.
예를 들어, 선생님이 저에게 "속보!"라고 외치면 제가 다리로 말 몸통을 쳐서 빨리 걷게 만들어야 하는데, 선생님 말을 듣자마자 말이 빨리 걸어요. ㅋㅋㅋ
청바지 솔기에 살이 쓸려서 까지고,
승마부츠 뒤축에 살이 쓸려서 까지고 (제가 원래 살이 잘 까집니다;;)
그런 상처는 좀 남았지만, 크게 사고 난 적은 없어요.
하지만 저처럼 강습받던 한국인 여성분 한 분이 말이 놀라서 펄쩍 뛰는 바람에 (왜 놀랬는진 기억이 안 나네요)
뒤가 나가떨어져서 그분은 꽤 심하게 다쳤던 적도 있어요.
그래서 그냥 쉽게 도전할 운동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지인은 그 소식에 한동안 다시 못 갔다고 해요. 저는... 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으니까 그냥 최대한 갔습니다. ㅎ)
주에 1번 가다 보니 10회를 못 채우고 끝났어요.
그래서 제가 원하던 '달리기'는 제대로 못 해봤습니다.
사실 저는 어느 정도 달리는 건 줄 알았는데, 나중에 선생님이 찍어주신 동영상을 보니까, 그냥 빨린 걸은 거였더라고요. 크흑.
이게 탔을 땐 속도감이 엄청 느껴졌는데(조금만 빨리 걸어도 꽤 무서움), 진짜 남이 보면 툭 툭 툭 걷는 느낌.
한국에서는 일단 교통편이 없어서 다시 시도를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외곽 승마장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 그 비용만 10만 원 넘게 깨질 거라서... 흑.
뚜벅이는 움직이지 못하네요.
나중에 승마장 근처에 살게 되면 다시 배울 수 있을까요. ㅎㅎ
마지막 날, 선생님과 기념 촬영하고 마무리했어요.
그래도 이때 말을 부리던 기술(?)로
지인의 비글을 산책시킬 때 힘으로 제압하며 딴 길로 못 빠지게 하는 요령이 생겼답니다. 후후후.
다음번 운동이야기 뭐할까 고민했었는데,
이 사진들 찾으면서 추억 되새김질을 하다가 체험했던 거 하나 발견했어요.
다음 주에 공개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