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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로망 실현

식기건조대 없이 살아보기

by 슈퍼버니

어제도 유치원 문 앞에서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둘째 아이가 오늘은 밝은 인사와 함께 기분 좋게 들어갔다.

이럼 엄마야 고맙지~


아이들을 보내고, 바로 길 건너 이비인후과에 방문했다.


주말에 찬바람을 좀 쐤나, 밤사이 열이 나고 목이 칼칼한 게 감기에 걸린 것 같다.


우리 동네 이비인후과는 인기가 많아 주말이면 대기가 40~50명씩 있는데,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가 별로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의사선생님 진료 결과, 감기가 제대로 왔다고.

항생제도 처방받고, 금요일에 꼭 다시 오라는 말도 들었다.


잘생기고 친절한 의사선생님- 금요일에 꼭 보러 갈게요.

우리 아들도 선생님같이 컸으면..


아들 엄마라 그런가, 언젠가부터 잘생기고 멋진 남자어른을 보면 '우리 아들도~ 저렇게 커야 할 텐데' 생각이 든다.


집에 오자마자 약부터 챙겨 먹고,

급히 나오느라 못한 집 정돈을 했다.


주방, 식탁에 소독 스프레이를 뿌려 닦고,

이불을 털어 정리하고,

돌돌이로 바닥, 이불 먼지를 제거했다.

마지막으로 아침에 나온 그릇, 컵을 설거지했다.


참, 어제 오후 주방 식기건조대를 제거했다. 두둥!


요즘 일본 출판사에서 나온 미니멀라이프 책을 읽고 있는데,


여러 미니멀리스트의 집 살림을 소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책에 나온 집들이 어쩜 하나같이 단정하고 깔끔하고 밝은지, 사진만 봐도 힐링된다,


분명 우리 집도 화이트 앤 우드로 꾸민다고 꾸몄는데, 비슷한 느낌은 1도 없다.


그중에 정말 부러운 건 주방.


하긴, 우리 집 주방은 진갈색 하부장에 회색 상판, 회색 타일까지 칙칙한 컬러의 집합체이니 책에서 보는 밝은 느낌은 갖기 어렵다.


게다가 싱크볼 쪽은 내가 설 공간을 빼고는 등 뒤로 냉장고가 버티고 서있어, 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어두침침하다.


그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회색 타일+식기건조대 뷰를 보며 설거지할 때마다 창문이 있음 얼마나 좋을까 바랐는데..


어제도 책을 보다가,

에잇 안되겠다! 싶어 식기건조대를 떼어버렸다.


이사 전 집에서부터 몇 년 동안 함께 한 스타픽스 원터치 식기건조대.

내 딴엔 거금을 들여 장만한 아이템이라 이고 지고 와 이 집에서도 잘만 썼다지.


하지만 플라스틱 물받침은 그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물 자국이 보기 싫게 얼룩져있었다.


물받침을 볼 때마다 흐린 눈하며 다음번엔 꼭 스텐 물받침이 있는 식기건조대를 사겠다고 다짐했지만, 이렇게 당장 이별을 선언하게 될 줄이야.


가끔 내게 이렇게 충동적인 면이 있나 싶다.

일단 그냥 추진력이 끝내주는 걸로..


식기건조대가 빠진 자리는

한참을 소독 스프레이 뿌려가며 닦고 또 닦기를 반복.


이후에 숨 한번 내쉬고 봐주니,

조금은 답답함이 사라진 것 같다.



회색 타일 뷰는 변함없지만,

그래도 앞에 늘 있던 덩치 큰 물건이 사라지니, 좀 시야가 트이는 것 같기도 하고~ 청소하기도 편해진 것 같고~ 일단은 좋은 것 같다.


지금까지는 매일 저녁 설거짓거리가 많이 나오고, 식기세척기도 없어 식기건조대가 필수라고 여겼지만,


어제저녁~오늘 아침은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앞으로 간이 식기건조대와 식기 닦는 수건이 더 열일할테고, 그만큼 나도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되니까-


제거한 식기건조대는 바로 처분하지 않고, 가리개로 덮어 냉장고 위에 보관했다.

지금의 변화가 불편하고, 필요하다 판단되면 언제든지 재설치할 용의가 있기에.


식기건조대 없는 주방 만들기.

단 몇 분도 걸리지 않는 작업이었지만, 나의 주방 로망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자가가 아니라서 밝은 색 시트지를 입히지도, 구멍 하나 뚫지도 못하지만,


이렇게 수전 교체, 식기건조대 제거 등 소소한 변화로 즐거운 살림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나의 환하고 밝은 주방 로망을 실현키 위해 다음엔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기분 좋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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