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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도 습관이다

by 슈퍼버니

나는 살림도 습관들이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100점짜리 살림꾼이 아니다.


살림에 도움이 되는 좋은 습관도 갖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나쁜 습관도 갖고 있다.


이번에 고백하건대,

트리오 같은 농축된 주방 세제를 물에 희석해서 사용하지 않고 바로 수세미에 짜서 설거지할 때가 많다.


'설거지는 뭐니 뭐니 해도 거품이 풍성해야지!'하는 나의 오랜 고정관념이 우리 가족의 미세플라스틱 흡입으로 이어지는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또, 미리 사놓은 채소를 두고두고 아끼다 무르고 썩어서 버릴 때도 있다. 미리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는 그 과정이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이게 끝이 아니다.


역시 귀찮다는 이유로 쓰레기를 제때 배출하지 않아, 매번 2~3봉투를 세탁실에 쌓아놨다가 배출한다.


엘리베이터 없는 4층에 살다 보니 별게 다 귀찮고, 그 과정이 마냥 험난하게 느껴진다.


반대로 좋은 습관은,

일단 청소 리스트와 일정을 짜놓고 지킨다는 점이다.


한번 청소 리스트를 매일-연 일정까지 짜놓았더니, 편하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나름 집을 깔끔하게 유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틈나는 대로 비우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아이들 장난감, 작품은 아이들의 관심이 사그라졌을 때 애들에게 확인 후 비우고, 나머지 물품은 전적으로 내 판단에 의해 비운다.


최근엔 아이들의 오래된 목욕통을 비웠고, 고장 난 선풍기도 배출신고 후 내놓았다.



그리고 예전엔 빨래할 때 눈대중으로 빨래 세제와 섬유 유연제를 콸콸 쏟아부었다면, 지금은 (역시 눈대중이지만) 빨래 양을 가늠하여 캡슐 세제를 넣고, 과탄산소다, 구연산 2스푼 정도를 넣는 것도 잊지 않고 한다는 점이다.

아, 천연세제 3총사는 아직 모든 쓰임을 익히지 못해 이번에 그 쓰임새가 간결하게 적힌 용기로 바꾸었더니, 사용하다가 '아 맞다, 여기에도 쓸 수 있지!'하고 다른 집안일에도 바로 적용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아직 습관을 들이지 못한 것은 꼭 머릿속에 바로 주입시키려 하기보다는 천천히 길들이려 노력한다.

나는 완벽한 살림꾼을 꿈꾸진 않는다.


내가 만약 완벽한 살림꾼이 되려 한다면, 성격상 제풀에 지쳐 청소 리스트고 비우기고 뭐고 다 게을리하게 되거나 아예 지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비록 조금은(?) 허술하고 꼼꼼하지는 않아도 내 살림을 하려고 한다.


어쨌든 내 살림이니까,


좋은 습관을 몇 개만 유지해도 훌륭한 것 아닐까?


매일 하는 살림,

이왕이면 내가 편해야 계속 돌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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