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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은 Oct 30. 2020

무쓸모 다독왕에서 벗어나기

독서로 자신의 책을 만든다는 것

주변에서 독서가 취미라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책 읽는 이유도, 즐겨 읽는 책의 종류도 다양하겠지만 그들에게 읽었던 책에 관해 "무엇을 얻었느냐"고 묻는다면 대체로 우물쭈물거리며 대답하지 못한다.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으면서 왜 우리는 한 문장도 남기지 못하고, 쓸모 있는 통찰 하나 얻지 못했을까.


나는 나, 책 읽으며 자꾸 딴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대개가 모범생의 자세로 책을 읽는다. 앞에서 말씀하시는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적으며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학생처럼, 작가가 하는 말과 생각을 그대로 따라가며 흡수하려 애쓴다. 물론 책의 주제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작가는 작가고 나는 나다. 작가와 내 생각이 똑같을 리 없고, 같은 현상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 또한 다른 것이 당연하다. 글쓴이가 아무리 대단한 학자이고, 유명 작가여도 쫄지 말고 당당하자. 휩쓸릴 것 전혀 없다. 책을 읽는 그 순간 만큼은 사유의 주인이 바로, 당신 자신이니까.


작가의 생각에 비판하는 태도가 비로소 자연스럽고 편해졌다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자꾸 딴 생각으로 뻗어가는 자신을 그대로 두는 일'이다. 책을 읽다 우리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삽화 하나에도 엉뚱한 생각이 팝업창처럼 튀어오르는데, 그것을 대개는 독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고개를 흔들며 쫓아내버린다. 


그러지 말자. 자유롭게 뻗어가는 자신의 딴 생각을 야생마처럼 달리게 두자. 대신, 가만히 생각을 관찰하며 그 생각을 더 깊이 이어가보자. 그러면 나만의 독특하고 주관적인 '통찰'의 언덕에 도달할 수 있다. 그 언덕에 도달해 본 사람은 특별한 느낌을 함께 선물받는다. 그 책이 아주 사적으로 '자신의 책'이 되었다는 기쁨에 찬 확신을.


독서광 SF작가가 공개하는 사유의 흔적들


나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정치, 사회, 예술, 과학, 철학 등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특히 과학과 철학에 관심이 많다. 아마 내가 주로 SF를 포함한 장르문학을 즐겨 쓰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독서에서 읽기 만큼 쓰기가 중요하다는 것은 수준 높은 독서광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잘 쓰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그 책을 통한 나만의 사유를 정리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것이 창작의 좋은 원동력이라는 것을 작가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만, 단순히 읽는 행위만 즐기는 일반인은 이것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내가 이 책을 발행하게 된 이유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과거 3년 남짓 유료 독서클럽을 하면서 책을 읽고 썼던 글을 다듬은 것이다. 나는 책을 읽으며 문장에 밑줄 긋기, 떠오르는 생각 메모하기, 내 경험 투영하기, 2차 창작물 만들기 등 아주 적극적인 방식으로 나만의 독서유희를 만들어갔다. 이 책에 담긴 글들은 그런 나의 자유로운 독서과정과, 책 속 한 줄로 시작해 일으켜가는 사유의 흔적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러한 내 독서와 글쓰기 방식을 나는 쉽게 '한줄파문'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책 한 줄이 일으키게 될 생각의 파문들. 이 글들이 책은 많이 읽었지만 돌아보면 남는 게 없던 '무쓸모 다독왕'이나, 책을 온전히 나만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싶은데 자꾸만 휩쓸리게 되던 '소심한 서평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책은 생각의 씨앗을 던져줄 뿐이다. 독서를 통해 생각의 파문을 키워서 아주 주관적이고 과감한 통찰들이 자꾸자꾸 태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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