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세계적인 영화 산업의 중심지 헐리우드, 셀러브리티와 부유층의 거주지 베버리 힐즈, 미국 최대의 한인타운. 이처럼 로스앤젤레스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스토리텔링의 도시이자, 다양한 이민자들과 문화가 섞인 멜팅 팟(melting pot)이기도 하다. 그와 걸맞게 도슨트 투어 가이드 또한 역사, 상징, 사회적 역할 위주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특히 카펫에 그려진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의 의미와 단조로워 보이는 조각상에서도 그 의의와 예술성을 찾아내는 것을 보며 스토리텔링에 진심이라는걸 느낄 수 있었다.
국기가 꽂힌 건물 / 지혜와 학문, 인류의 발전을 상징하는 조각상
도서관 곳곳의 모습은 LA의 풍경과도 닮아있다. (좌: 도서관 / 우: 도시 풍경)
로비 천장 & 아트디스트릭트의 벽화
열람실 홀 벽화 / 그리피스 천문대 벽화
샹들리에 / 디스트릭스 마켓의 조명과 간판
열람실 테이블과 시민 / Apple Tower Theatre
키즈룸 / UCLA
그리피스 천문대를 다녀왔다면 벽화의 느낌이 낯설지 않을 텐데, 모두 아트 데코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건축가 버트럼 굿휴(Bertram Goodhue)가 설계했다고 한다. 벽화는 로스앤젤레스의 역사와 다양성을, 초록색 샹들리에는 지식의 빛이자 관문을, 카펫은 지식과 문화의 발전을 상징한다.
다목적 공연 공간 Mark Taper Auditorium은 연극, 영화 상영, 강연 및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는 곳이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과 음향 시설로 유명한 이곳은 일반 이용객 내부 관람이 불가하다.
Mark Taper Auditorium
도서관 기술센터는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대체로 남성분들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PC방이 연상되는 모습이다.
기술 센터
파란 방으로 갈래, 빨간 방으로 갈래? 물어보는 것 같은 엘리베이터. 내부 전면엔 서지 정보를 담고 있는 종이 카드들이 붙여져 있다. 이러한 자료물은 도서관이 전자화되기 전 자료 관리와 검색에 사용한 전통적 방식이다.
엘리베이터
한편, 관람객이 아닌 이용자 입장에서 도서관을 둘러보았을 땐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었다. 창문과 떨어진 메인 열람실은 답답한 공기가 맴돌았고 홈리스의 출입이 자유로워 마음 편히 앉아있질 못했다. 낮은 천장 때문인지 자리가 떨어져 있어도 개인적으론 영역이 침범받는 느낌이 들었으며 내가 들렀던 화장실은 낡고 청결하지 못했다. 열람실 안쪽엔 고풍적인 인테리어의 공용 스터디룸이 있다. 의자를 끌자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끼익 - 마찰음이 울려 퍼졌다. 흘끔흘끔 쳐다보는 눈빛에 연신 죄송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람들이 한 명씩 오갈 때마다 주의가 집중될만한 입구 구조였다.
열람실
스터디룸
열람실엔 오래 앉아있지 못했다. 이 모든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머무른 공간은 키즈룸이었다. 마치 해리포터의 책방을 옮겨놓은 듯한 인테리어와 책장 위에 비치된 인형 소품들이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잠시 설레는 어린이가 되어보았다.
어린이 전용 열람실
로스앤젤레스 도서관이 어린이 전용 공간에 힘을 싣는 이유는 이민자가 많은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Homework Help'나 'Reading Practice'와 같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단순히 독서 지원뿐만 아니라 문화적 통합, 교육 격차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비전에서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가 아닌 나는 아쉬움을 삼킨다. 도슨트 투어가 운영될 만큼 의미와 상징이 깃든 역사적인 장소이지만, 도서관을 단순히 책 보관 장소가 아니라 영감을 얻고 자유롭게 발산할 수 있는 공간이길 기대하는 나에겐 조금 어려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