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을 수 있는 용기
어릴 적 동화에서 어떤 아이를 본 적 있다.
항아리에 있는 사탕을
너무 많이 움켜쥐고 있어
사탕을 잡은 손을 밖으로 뺄 수도
그렇다고 놓지도 못하는 아이.
나는 손이 작다.
그래서 내 손에 담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붙잡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더 힘껏 움켜쥐려고 애쓴다.
놓치면,
더 적은 양으로
더 보잘것없는 것만 남게 될까 봐 두려웠다.
종종 친구라는 이름으로
동료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불편함과 무례함을 이해하려 애썼고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정상적인 대가를 받지 못할 때도
내가 이해하고
가지고 가야 할 관계라 생각했다
그래서 애쓰고 또 애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놓친 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내가 그렇게 애쓰고 붙잡으려던
친구와 동료 관계의 끈을 놓고
정상적인 범위의 일만을 받아들이자
더 좋은 사람들 더 좋을 일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일들이 보였다.
손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에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놓여 있는 때가 있다는 걸.
손을 꼭 쥐고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
내가 꼭 붙들고 있던 그것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작은 손에서 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