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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손, 놓아야 보이는 것

놓을 수 있는 용기

by 에밀리아

어릴 적 동화에서 어떤 아이를 본 적 있다.

항아리에 있는 사탕을

너무 많이 움켜쥐고 있어

사탕을 잡은 손을 밖으로 뺄 수도

그렇다고 놓지도 못하는 아이.


나는 손이 작다.
그래서 내 손에 담을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붙잡아야 하는 순간이 오면
더 힘껏 움켜쥐려고 애쓴다.


놓치면,
더 적은 양으로
더 보잘것없는 것만 남게 될까 봐 두려웠다.


종종 친구라는 이름으로

동료라는 이름으로 일어나는

불편함과 무례함을 이해하려 애썼고

업무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정상적인 대가를 받지 못할 때도

내가 이해하고

가지고 가야 할 관계라 생각했다

그래서 애쓰고 또 애썼다.


그런데 어느 순간,
놓친 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내가 그렇게 애쓰고 붙잡으려던

친구와 동료 관계의 끈을 놓고

정상적인 범위의 일만을 받아들이자

더 좋은 사람들 더 좋을 일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진정으로 나를 위한 일들이 보였다.


손에서 빠져나간 그 자리에
더 많은 좋은 것들이
놓여 있는 때가 있다는 걸.

손을 꼭 쥐고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


내가 꼭 붙들고 있던 그것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 작은 손에서 놓아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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