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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무게가 나를 어른으로
만들었다

나는 과연 왕관을 쓸 수 있을까?

by 에밀리아

어릴 땐 불안이 단순했다.
대부분은 내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생겼고,
그걸 해결하거나 잊으면 쉽게 사라졌다.

그땐 지켜야 할 것이 적었다.
그래서 불안의 의미도 잘 몰랐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나이가 한 살 한 살

더 쌓이면서

불안은 전혀 다른 얼굴로 찾아왔다.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어떤 것들은 절대 놓칠 수 없는 책임이 되어
나를 짓누르는 무게로 다가왔다.


더 무서운 건
내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 불가능함을 알게 된 순간부터
불안은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나를 위축시켰다.


하지만 이런 불안의 시간을 지나며

조금씩 깨달았다.


어쩌면 이 불안이
내게 필요했던 겸손함을 알려준다는 것을.

내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교만에서 벗어나
그저 묵묵히, 하루하루 나아가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준다는 것을.


지금 나는 불안과 함께 걷는다.
가끔은 이 불안이 무겁고 힘들지만,
그래도 그 무게 덕분에 나는 더 단단해지고 있다.

불안이 주는 무게가 나를
더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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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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