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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간 한 사람

따뜻함의 기억

by 에밀리아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노래 부르기를 즐기던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가끔 상급 학년 언니들이
관심을 보여주며 작은 조언을 해주곤 했다.
그중에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언니가 있었다.
노래를 잘한다고 칭찬해 주거나
팀을 만들 때 나를 꼭 데려가 주던 언니였다.


호감 가는 사람이 주는 관심이
얼마나 특별하고 설레는 것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대학 시절,
친구를 따라 타 대학의

낯선 동아리 모임에 간 적이 있다.
내성적인 나로서는,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날 모임에는 선배들도 있었는데,
한 여자 선배가 유난히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처음이라 당시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선배들이 다른 일로 자리를 떠난 지
30분쯤 지났을까.


그 선배가 손에 간식을 한가득 들고
다시 나타났다.
“널 다시 보고 싶어서, 주려고 잠깐 왔어.”
그 말과 함께,
다음에 꼭 또 오라고 했다.


그 이후로 다시 만나진 못했지만,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그 선배는 내 마음속에 ‘선물 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
아무 조건 없이 건네받은 호의는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그리워진다.


각박하고 대가가 당연시되는 관계 속에서
그 조건 없는 마음이 떠오를 때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 연재 <괜찮아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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