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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지 않은 이유 【코다】

by 글로

94회 아카데미 작품상, 2022

션 헤이더 감독, 에밀리아 존스 주연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


루비의 부모와 오빠는 청각장애인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가족들의 통역을 맡는 건 언제나 루비다. 고기잡는 아빠와 오빠를 돕는다. 학교 선택수업 시간에 합창을 하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알아챈 미스터 V 선생님의 도움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부모의 장애와 생선비린내 난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노래로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 생긴다. 합창단에서 만나게 된 마일스와 듀엣을 한다. 지도선생님미스터 V는 버클리 음대 진학을 제안하며 노래 레슨을 돕는다.


루비의 가족은 여러 가지로 어려움을 겪는다. 열심히 일하지만 수산물 중개업자들에게 많은 부분을 갈취당해 돈을 벌지 못한다. 경매로 생선값을 싸게 매기려는 자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인 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려는 노력을 한다. 문제는 루비의 부모가 말이 안되고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생활과 합창연습, 가족들의 통역까지 도맡았던 루비는 자신의 현실이 어려워 도망치고 싶어한다.




기자가 가족을 인터뷰하러 온 상황에서 루비는 통역 때문에 노래 연습을 갈 수 없게 된다. 일을 마치고 늦게 도착하자 선생님은 늘 지각하는 루비를 혼낸다.


“넌 버클리에서 이틀도 못 버텨”

“그 학교 나오셔도 별 볼일 없네요”

“너 이 행성에 발 붙인지 몇 년 됐어? 내가 왜 선생님인줄 알아? 그쪽에 소질이 있거든. 근데 학생이 제 몫을 안 하면 내 소질은 아무 소용없어”


마음의 상처를 깊게 입고 루비는 마일스와 함께 호수에 다이빙을 하러 간다. 깊은 호수로 둘이 뛰어들며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는다. 통역을 해 주는 루비가 배를 함께 타지 않자 문제가 생긴다. 관제탑에서 가이드하는 방송을 듣지 못해 해역을 넘어버려 불법 어업행위를 하게 된 것이다. 벌금을 물게 되고 가족은 괴로워한다. 이 가족에게 루비는 너무나 필요한 존재다. 그 와중에 오빠는 동생이 노래에 재능이 있는데 진로를 찾아가지 못하는 것에 마음 아파한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며 동생에게 오히려 화를 낸다.


오디션을 포기하려는 찰나에 가족은 루비의 재능이 아깝다며 오디션에 참여하도록 보스턴에 데려다준다. 악보도 갖고 오지 않은 루비에게 구세주처럼 미스터 V가 나타나고 성공적으로 노래를 부른다. 마음에 있는 것을 쏟아내는 법을 배운 루비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진심을 담아 노래하고 결국 합격한다.




아쉽지만 가족들은 루비와의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루비는 집을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무엇을 하든 정상인들보다 걸림돌이 많을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스토리 속에서 더욱더 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또한 청각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아이를 지칭하는 말 코다 (Coda- Children of deaf adult)를 알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과 부모의 인생 사이에서 루비는 갈등한다. 착한 루비는 부모를 돕기 위해 자신의 진로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기회는 주어지고 꿈을 펼치게 된다. 과장하지 않은 진실된 그들의 이야기에서 청각장애인인 부모와 오빠의 아픔도 엿보게 되고 비장애인인 딸 루비의 어려움도 읽게 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재능이 있고 포기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누군가가 도와주게 된다는 것, 놀라운 진리이자 희망이다.



공짜 통역사 노릇이 지겨운 루비는 한때 반항도 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도 하지만 원래 품성대로 선한 선택을 한다. 세상은 착한 사람의 편인가보다. 억지로 애쓰고 떼쓰지 않아도 그녀의 재능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돌아가니 말이다.


영화는 일부러 멋을 부리거나 무언가를 첨가하지 않았다. 청각장애인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낸 이야기가 마음을 울린다. 가족이라는 굴레,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우리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넘나들며 살고 있듯이 루비의 가족도 비슷하다. 서로를 비난하고 힘들어하지만 어느 순간 찡한 감동을 주고 받는 것도 역시 가족이다. 이 낯선 행성에서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기댈 수 있는 존재,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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