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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Sep 17. 2024

4가지 타입

수영에는 자유형,배영,평영,접영 4가지 영법이 있다. 잠영도 있기는 하다. 4가지 영법을 모두 할 수 있는데 잠영은 안된다. 아무리 시도해도 자꾸 몸이 뜬다. 아! 더 있다. 개헤엄. 머리를 들고 다리와 팔만 움직이는 수영. 개가 헤엄치는 걸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영법.

 시골에서 자란 남편은 개헤엄의 달인이다. 머리를 안 담그고 팔과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앞으로 나가니 허리가 잘라지듯이 아프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는데 연습하니 앞으로 잘 나간다.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며 호흡을 하지않아도 되는 쓸만한 영법이다. 공식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작은딸이 어릴 때 푸켓으로 휴가를 간 적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아침 조식 먹고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놀았다. 지치지도 않는다. 긴 수영장, 동그랗고 넓은 수영장 두 개를 왔다 갔다 하며 수영하고 슬라이드도 탄다.


제일 기억에 남는 건 튜브를 물에 띄워놓고 튜브 안으로 들어가도록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점프하는 거다.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어찌나 재미있고 에너지 넘치게 노는지 옆에서 보던 외국 어린이들도 구경하며 모여들었다. 그러더니 그 애들도 나중에는 흉내를 내며 논다. 물의 추억은 아름답다.


동네에 수영장이 세 군데나 있다. 수영의 최대 단점은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물에 처음 들어갈 때 느껴지는 차가움이다. 순간만 견디면 되는데 수영을 가려고 하면 그 순간이 생각난다. 특히 겨울에는 수영 대신 사우나를 택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겨내지 못하고 수영을 기피하게 된다.




새로 지은 행정복지센터 지하에 큰 수영장이 생겼다. 강습도 하고 자유수영 레인도 많다. 초급,중급,상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중급코스에 가서 수영할 때 조금만 늦게 가도 사람들이 눈치를 준다. 수영을 와서도 사람들은 일처럼 열심히 운동한다. 조금 여유를 가지고 쉬면서 하고 싶은데 사람들의 생각은 나와 다른가 보다. 오늘도 초보자 코스로 가서 편하게 수영한다.




집 근처 복합 건물 6층에는 새로운 수영장이 생겼다. 가격은 1회 자유수영에 입장권 13,000원으로 다소 비싸다. 처음에는 놀랐는데 들어가 보니 왜 그 가격을 받는지 이해되었다. 레인이 넓고 길고 물이 깊었다. 강습생도 많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어 운동할 맛이 났다. 저녁 시간에는 수영을 배우러 온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좋다고 소문이 나서 멀리서도 온다. 넓은 전광판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니 지루할 틈이 없다.


평영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물을 움켜쥐어도, 발을 개구리 뒷발 모양으로 움직여도 나가지 않고 제자리다. 발을 세차게 뻗어 쥐가 날 지경이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반복하니 힘은 드는데 속도가 나질 않는다.


25m를 몇 번에 가는지 세어보며 욕심을 내려놓는다. 끝까지 가기가 왜 이리 힘든지, 속도가 자유형이나 배영과는 비교도 안 되게 느리다. 바쁘기만 하고 돈은 안 벌리는 사장님의 속내가 나와 같을까?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도 제자리인 듯 해 재미가 붙질 않는다. 지속적인 연습과 시도만이 살길이다.


마지막으로 수영의 진정한 꽃, 접영. 손과 발의 역동적인 콜라보레이션. ‘이렇게까지 요란하게 가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접영은 현란하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됐다. 접영을 할 수 있게 되면 내겐 기적에 가까운 일이 벌어지는 거다.


발 연습, 손 연습 따로 하다가 동작을 연결한다. 처음에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뒤뚱뒤뚱대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박자 안 맞는 음악을 듣는 것 같기도 하다. 물은 얼마나 튀기는지, 커다란 고래가 숨 쉬러 수면 위로 높이 치올라 나오듯이 몸을 물 밖으로 일으켜 숨을 쉬어본다. 팔도 휘둘러 내어보고 발도 구르며 힘껏 앞으로 나가 본다.  


숨이 차 죽을 것 같아도 접영을 하면 자유롭다. 물속에 있는 한 마리 커다란 물고기라도 된 듯싶다. 처음에는 접영을 한다는 것이 쑥스러웠다. 요즘은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그렇지 않은 시절, 여자가 접영을 하면 다들 쳐다본다. 누군가 접영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잘하면 부럽고 못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잘 못한다는 생각으로 안 하게 되면 실력이 늘지 않는다. 물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발로 힘차게 물을 차고 팔을 뻗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물속에 있는데 그때 만큼은 세상이 온통 다 내 것 같다. 


비싼 수영장에서는 음악이 나오니 생동감이 넘치고 힘들어도 참을만하다. 오늘도 4가지 타입을 섞어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며 레인을 오간다. 인테리어를 새로 해서 모든 곳이 깨끗하다. 수영은 맛있는 걸 먹었을 때와 비슷한 정신적인 포만감을 준다. 갈 때는 귀찮고 하기 싫지만 막상 물에 들어가 전력으로 몰입하여 호흡하고 팔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무력감은 날아가 버린다.


여러 바퀴를 쉬지 않고 돌아야 운동이 되는데 숨이 찰만 하면 한참을 쉰다. 수영만큼 짧은 시간에 온몸을 뒤흔드는 운동이 있을까? 혼자 가면 조금 심심하기는 하다. 계속 수영만 해야한다. 열심히 하고 시계를 봐도 겨우 5분 지나있다. 다시 다른 영법으로 한바퀴를 돌아도 시간은 거의 그대로다. 40분만 해도 숨이 턱에 닿는다. 최대 50분을 채우고 물밖으로 나오면 다리가 후들거린다.


샤워 하면서 느끼는 따뜻함과 만족감은 수영이 주는 큰 즐거움이다. 폐경이 되어 편한 것 중 하나는 수영과 사우나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좋은 것이 많지만 굳이 폐경으로 인해 좋은 점 하나를 꼽으라면 물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다 나쁜 것은 아니니 긍정의 필터로 세상을 바라봐야겠다.




정신과 건강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뇌에서는 ‘신체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곳과 ‘정신적인 고통’을 처리하는 곳이 같다고 합니다. 심지어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타이레놀을 몇 주간 복용하게끔 했더니 심리적 불안과 상실감이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완화됐다고 합니다. 정신적인 부분을 다스리고 안정된 상태로 끌어올리려면 신체적인 활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출처: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김상현, 필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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