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커다란 옥수수가 뚝~
조금은 지루하고 별 일없는 한가로운 풀숲.
‘하늘에서 툭~하고 커다란 옥수수가 떨어진다면…….'
하고 상상을 했다.
사람에겐 그저 옥수수 한 개에 불과하겠지만
풀숲에 살고 있는 아주 작은 그들에겐
아주 특별한 사건이겠다 싶었다. 어쩌면 말이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 그다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너무도 빨리 한계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왜냐면 난 이미 오십 해를 살았다.
내가 의도했던 안 했던
그동안의 경험과 습득한 지식들은
나를 딱딱하고 재미없는 꼰대로 만들었다.
각 잡힌 틀이 종종 아주 자주 답답하다.
이를테면 뭔가 쓸모 있어야 하고
뭔가 깨달음도 있어야 하고
내 기준에서 봤을때 비윤리적이지 않아야 한다.
시선을 바꿔봐야 하는데 쉽지 않다.
아니 아주아주 어렵다.
이쯤 되면 괴로워진다.
계속해야 하나?
버려야 하나?
그런데, 난 이미 정했다.
버리지 않기로.
어떻게든 끝을 내기로.
틀렸다고 지우개로 박박 지우거나
그도 아니면 도화지를 구겨 버리듯
내 그림을 내팽개치지 않기로.
일단의 목표 재미있게만 그려보자.
들쥐들이 몰려왔다.
옥수수 알맹이를 자루 가득가득 따와서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쌓는다.
당분간 먹을 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옥수수 껍질로는 해먹을 만들었다.
한 여름 뜨거운 햇빛을
고맙게도 나뭇잎이 가려주면
늘어지게 낮잠을 청한다.
나른한 여름날 오후.
들쥐들이 한바탕 옥수수를 털어갔지만 (껍질까지도)
아직 남아있다.
자그마한 산 새 가족이 날아왔다.
엄마도 아빠도 제 새끼 챙기느라 바쁘다.
얼마 전 창밖이 꽤나 시끄러웠다.
난리난리 요란하게 울어대는 통에
창밖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고양이는 이미 창틀로 달려가 자리 잡았다.
넋놓고 구경하는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짙게 우거진 주목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새가 보였다.
몸집은 작지만 어미새가 분명하다.
입에 날벌레 한 마리를 문채로
새는 목을 한껏 젖히고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입에 문 벌레를 놓칠세라 입도 벌리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면서 울어댔다.
아기새를 부르는 모양이다. (얼마전 이곳에 둥지를 튼것을 보았다.)
우연히 작은 새의 모성애를 직접 목격했고
그 장면은 내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이제 남은 옥수수 알과 속대는 풀벌레들 꺼.
가장 먼저 발견하고도 차례가 한참 밀쳐진 풀벌레들이
영차영차 의기투합했다.
"이건 우리 꺼!"
과연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