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가득 Apr 07. 2023

잠시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나를 위해

터닝포인트

보편적으로 그려지는 삶

수능 – 대학 - 군대 – 졸업 – 취업 준비 – 취직 – 결혼     


순로조운 인생 같지 않나요?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성인이 되기 전까진 이 틀을 벗어나면 패배자가 될 것 같은 느낌. 그 외 미래는 그려본 적도 없는데, 아마 당연했 수도 있다.     


부모님을 포함해, 친척, 사촌, 심지어 친구들 부모님까지 모두 회사생활을 하였고 저 틀을 벗어난 사람을 못 봤으니 말이다.     


적잖은 부담감을 안고 호주에 입국했었다. 친구들은 다 대학교에 가 전공이 있었고, 미래를 100프로 정해 향하긴 어려울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목표점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부상에 의해 나의 길은 막혔고 그렇게 고향을 도망쳤다. 그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자 ‘ 이 하나로 갔었다.     


하고 싶은 건 별 다른 게 아닌 색다르게 노는 것, 그 안에서 내심 기대했던 것은 ’ 무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미래의 나에게 짐을 던진 것이었다.      


그렇게 혼자 다른 길을 떠나 호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반드시 찾아야만 했다.     

외국에 나왔으니 영어도 잘해야 했고, 비자명이 ‘워킹’ 홀리데이인 만큼 열심히 일해 돈도 모아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1년 안에 ‘인생’을 바꾸겠다는 무모한 생각으로 스스로에게 마음의 짐을 얹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돌아와 보니.. 어려웠다? 아니다. 실은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로컬 사람들과 함께하기엔 영어 실력과 문화 차이가 있어, 나와 같은 여행자들과의 시간이 대부분. 계속 지역을 이동하느라 돈도 모으지 못했다.     


일은 기술이 없으니 단순노동만이 나에게 주어졌고, 아쉽게도 하고 싶은 것 또한 명확히 찾지 못했다. 워홀 초기엔 이런 불안감과 아쉬움이 남았다.     


'호주에 오기 위해 대학도 안 가고 내 사람들과 떨어져 살며 많은 걸 포기했는데 ‘
‘나라는 사람은 고작 이게 다야?
‘당장 다음 달, 내일, 오늘 저녁에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다고 모든 것이 후회되고 의미가 없었을까?     


불안한 감정을 떨쳐내고자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했다. ‘친화력,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지 않다 ‘ 여행자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그다음은 이민자들을 만났다.     


원했던 것들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들을 만나며 내 마음가짐과 가치관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어왔다.     


그들의 이민을 결심한 계기, 이민과정, 현재의 생활 등 스토리를 들으니, 위태위태하던 마음은 진정했고 새로운 생각들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했다.     


이민자들이 넘쳐나는 호주다 보니 사람들의 삶의 방식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30살까지 공무원 생활을 하다 때려치우고 호주로 워홀을 왔다가 카페를 차린 Y 씨, 대학교는 안 나왔지만 독학해 프로그래머가 된 B 씨, 대만에서 이민 와 서빙으로 시작해 지금은 5개 가게를 운영하는 대만 부부 등 위에 언급한 틀과는 다른 길임에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현재를 행복해하며 살고 과거에 후회가 없었다. 아쉬웠던 과거가 있다면 그것을 현재 행복의 거름으로 삼았다.     


 그 외에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메시지는 ‘실패는 극복하면 돼. 하지만 주저하고 두려운 나머지, 시도조차 하지 않으면 후회해. 이미 흐른 시간을 후회해 봤자 무의미하지’.     


 계속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아야 하고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득할 수는 있지만, 대학도 안 가고 발목을 붙잡는 것이 없는 자유의 몸인 김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고 싶은 거 원 없이 하고 살자 ‘가 지금까지의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았다.     


 또한 모든 상황에 예민하고 생각이 많았던 내가 ‘그럴 수도 있지 or 일단 한번 해보지 뭐’를 외쳐 간결한 선택으로 스트레스를 없앴고, 상황에 빠른 인정을 한 후 피드백을 적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였다.               

  덕분에 선택을 해야 할 때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지금의 내가 좋다면, 현재의 나를 위해 ‘이러한 과정’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나랑 맞지 않는다면, 크게 마음 쓰지 않고 넘길 수 있게 됐다.                    


 워홀이 끝나갈 무렵이 돼서야 변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삶을 향해갈 준비가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왔고 누군가 “나에게 호주 어땠어? 잘 갔다 온 거 같아? “ 물어보면 항상 내 대답은 ‘YES’였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보편적이고, 안정적인 삶에 대해 안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당장 동네를 벗어나기만 해도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할 수 있다.     


또한 불안하지 않아 보이는 틀이 성장을 멈추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스스로를 정체시킬 수도 있다는 것.      


한 번쯤은 롤러코스터에 탑승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전 08화 피 다른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