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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얼굴로 사람을 재단하는 세상

영화 얼굴이 던진 외모 지상주의와 권력의 질문, 그리고 나의 다짐

by 소망안고 단심

저자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모든 일과가 다 끝나고 가장 마지막 타임의 영화를 혼자 보러 갔다.


마지막 타임임에도 많은 분들이 와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혼자인 사람은 나뿐^^

그런데 나는 그 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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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은

시각장애인이지만 아름다운 글씨로 이름을 새기는 전각 장인과

그 아들이 40년 전 실종된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라는 여인의 백골 사체를 발견하면서

다큐 PD와 함께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하고 여러 사람의 기억 속 이야기를 조사해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내내 정영희라는 여인, 즉 어머니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관객이 스스로 그 얼굴을 상상하게 하고,

그리고 그 상상은 결국 내 안의 편견을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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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이라는 말이 던지는 폭력,

외모로 타인을 판단하는 우리 사회의 잔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들려오는 “못생겼다”, “똥걸레” 같은 말은

외모에 대한 평가가 얼마나 쉽게 사람을 배제하고 상처 주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시선, 외모로 인한 소외,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끔찍한 결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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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많은 생각을 하며 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관을 나서면서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얼굴로 사람을 재단하는가?’

우리 사회는 어릴 적부터 외모 평가가 너무 자연스럽다.

“예쁘다”, “못생겼다”는 말을 들으며 자라고,


학창 시절에는 외모로 놀림당하거나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그리고

미디어—드라마, 광고, SNS—는

예뻐야, 잘생겨야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얼굴이 곧 성공과 행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사회에서는 외모에 따라 환영받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업무 능력보다 외모로 평가받는 순간도 많다.


이는 심리학에서 **매력 편향(Halo Effect)**이라 부른다.

예쁜 사람은 착하고 유능할 것이라 착각하고,

첫 만남에서 본 외모로 상대를 규정한 뒤 좀처럼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외모로 남을 평가하는 심리는 단순 취향이 아니라

때로는 자기 비교와 우월감 과시에서 비롯된다.


자기 불안을 감추려고 남을 흠집내거나,

“나는 너보다 낫다”는 심리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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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자존감이 낮거나

외모로 인정받은 경험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저자가 영화 ‘얼굴’을 보며 느낀 것은,

이것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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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을 살아오면서 느낀 건,

권력자일수록 외모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기준에서 ‘못생겼다’ 싶으면 실력과 상관없이 배제하기도 하고,

평가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그 순간 외모 평가는 단순 취향을 넘어 권력 행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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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과 나누는 감정의 철학"이라는 연재를 통해

사람의 심리, 권력자의 심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17화 사람은 왜 서로를 상처 내며 살아가는가 / https://brunch.co.kr/@ango5446/48

18화 유유상종, 편안함이 만들어낸 함정 / https://brunch.co.kr/@ango5446/50

19화 타인을 짓밟는 심리, 위계의 그림자 / https://brunch.co.kr/@ango5446/53

22화 당신이 불편합니다 / https://brunch.co.kr/@ango5446/61

23화 권력을 쥐는 순간 드러나는 민낯 / https://brunch.co.kr/@ango5446/64

24화 실수를 인정하면 권위가 무너질까요? https://brunch.co.kr/@ango5446/69


그런 생각 끝에 요즘 내가 붙잡고 있는 말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자기가 한 일은 결국 자기에게 돌아온다.

이 말이 요즘의 나를 위로한다.


지금의 상황은 영원하지 않다.

어떤 권력도, 어떤 좌절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높은 곳에 있다고 권력을 휘두를 것도 아니고,

낮은 곳에 있다고 기죽을 이유도 없다.

윗사람에게 아부하며 남을 밟고 올라갈 필요도 없다.


요즘 내가 다짐하는 것은 이렇다.

“사람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오늘 내가 사는 이 시간은 어제 죽어간 사람들이 그토록 그리워했던 오늘이다.

오늘 내가 하는 일에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남 신경 쓰지 말고, 내 할 일에 열정을 쏟자.”


어떤 이는 내 생각이 순진하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다짐이 오늘을 버티게 한다.

그리고 나는 다시 묻는다.

오늘 나는 어떤 얼굴로 세상에 기억되고 싶은가?

아마 이 질문이, 나를 계속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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