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인정·통제 욕구가 만든 권력의 심리학
며칠 전,
잠시 팀을 주관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를 무시하고 모욕했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관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그 후 회의 자리에서 그는 돌연 내게 물었다.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나는 순간 이해할 수 없었다.
권력을 쥐었을 때는 사람을 모욕하고 무시하더니, 권력을 놓자마자 태도를 바꾸는 모습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짧게 대답했다.
“도움은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는 말을 잇지 않았다.
대체 권력이란 무엇일까.
왜 사람들은 권력을 좋아하고, 권력을 쥐면 부패하며, 그것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가?
사전적 의미에서 권력은
*“남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묻고자 하는 권력은 단순한 정의가 아니다.
권력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사람들이 왜 권력을 욕망하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사람들이 권력을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는,
권력을 쥐면 “타인에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타인의 지시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일수록 권력을 원한다.
그러나 이 심리의 뿌리는 자존감과 관련이 깊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기 기준이 분명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기 확신이 약해 타인의 말과 태도에 쉽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더 강하게 “나는 흔들리지 않겠다”는 마음을 붙잡는다.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부족과 불안감이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권력은 환상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존중할 것이다.”
“내가 누군가 위에 있다.”
이 감각은 자기 존재를 즉각적으로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식이다.
게다가 권력을 통해 상황과 사람을 움직이는 경험은 달콤하다.
자신의 뜻대로 조직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며, 권력의 힘에 빠져든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실력만으로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
성과에 대한 결핍과 욕심을 권력으로 채우려 한다.
밑에 있는 사람들을 이용해 보상을 얻고, 누군가를 낮춤으로써 스스로가 높아진 듯한 착각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권력은 더욱 매혹적인 도구가 된다.
즉, 사람들이 권력을 좋아하는 이유는 낮은 자존감, 자신에 대한 믿음 부족, 불안감, 인정 욕구, 통제 욕구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권력이란 결국 불안의 다른 이름이다.
권력은 겉으로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언제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숨어 있다.
그 불안 때문에 사람들은 권력을 지키려 발버둥 치고,
그 발버둥이 때로는 부패를 낳는다.
권력이란 타인의 희생 위에 세워진 그림자와 같다.
권력은 스스로 빛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밟고, 누군가의 희생으로만 세워질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 권력은 양심을 시험한다.
권력을 쥐었을 때 비로소 속마음이 드러난다.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타인을 짓밟는가,
아니면 실수를 인정하고 고개 숙일 수 있는가.
부끄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권력은 그것을 드러내는 거울이다.
사람들은 왜 권력을 놓지 않으려 하는가?
권력을 잃으면 자신이 무너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권력이 곧 자기 자신이 되었다고 착각하기에,
자리를 잃는 건 자기 존재를 빼앗기는 것처럼 느껴진다.
권력으로 인해 존중받았다고 믿기에, 권력을 잃으면 존중도 사라질 것 같아 두려운 것이다.
즉, 사람들이 권력을 붙잡으려 발버둥 치는 건 권력이 달콤해서만이 아니라,
잃고 난 뒤 마주하게 될 불안, 공허, 무력감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들이 권력에서 내려오면 어떻게 될까.
권력이 곧 자기라고 믿었기에, 자리를 잃는 순간 정체성은 사라지고 공허감에 빠진다.
존중이 사라지면 분노와 서운함이 뒤따른다.
스스로 힘을 낼 수 없으니 다시 다른 권력자에게 기대려 하고, 줄타기를 시작한다.
“누구 옆에 붙어야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권력을 선하게 사용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관계의 민낯을 마주한다.
대부분은 떠나고, 몇몇만 남는다.
고립감은 다시 권력에 대한 갈증을 불러온다.
그러나 권력은 조직에 필요하다.
권력이 있어야 조직이 움직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문제는 권력을 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권력은 내 것이 아니다.
조직을 위해 임시적으로 위임된 자리일 뿐이다.
권력은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내가 가진 힘이 누군가를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사람은 위계 속에서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럴 때 중요한 건 미안함을 인정하는 용기다.
잘못했으면 “잘못했다”, 실수했으면 “실수했다” 고개 숙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권력은 거울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권력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가 권력을 가졌을 때 잊지 말아야 할 건 단 하나다.
권력은 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맡겨진 것이며, 남을 짓밟는 힘이 아니라 함께 조직을 세우는 힘이어야 한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권력을 쥐면,
아니 권력을 쥐지 않았다 해도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까.
그 심리는 또 무엇일까.
다음 회차에서 나누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