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루 더 살아보기로 했다] 지수
힘들어 죽겠다.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최근들어 가장 자주 하는 말이다. 하도 자주 써서 이제는 그냥 대놓고 내 입 안에 척 붙어있는. 나름 나의 힘듦을 밖으로 표출하는 방법이기는 하나, 저 문장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정말로 죽을 것만같이 느껴진다. 비좁은 내 육신이 온통 저 말로 가득차서 연약한 나의 정신은 결국 버티지 못 하고 그 속에서 질식해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럴 때 나는 잔뜩 부풀어오른 말 속 바람을 빼주려 작은 바늘을 하나 꺼낸다.
*카이막…
남들이 들으면 인생에 목표가 고작 ‘카이막 먹기’냐며 비웃을 수도 있다. 사실 카이막은 내가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같은 게 아니다. 그런 칭호는 카이막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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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대해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말하는 죽음은 건조하거나 격정적이었다. 친구의 죽음 이야기를 들은 날이면 난 집에 들어와 어머니와 죽음을 나누고는 하였다. 잘 죽기 위해 잘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죽음을 떠올릴 때면 그 뒤에는 언제나 후회나 삶의 미련 같은 것들이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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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막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내 인생에 미련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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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싫다. 내가 나를 지켜야하는, 안전하지 못 한 곳. 빼앗기지 않으려 뭐든 해야했다. 시간을 쪼개서 내 것을 만든다. 그리고, 연주하고, 보고, 짓고. 기대 이상을 해낸다. 내 과거를 그들의 잣대에 내어줄 수 없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의 냄새가 너무 많아서, 아무렇게나 섞인 그 냄새들이 나에겐 너무 아프다. 곧 무뎌질 나의 이 감각을 기억하고 폭력적인 냄새를 잊지 않으려 더 집중한다. 냄새에 익숙해지지 않으려 밖에 나간다. 돌아올 때면 언제나 긴장할 준비를 한다.
와… 죽겠다…
정말 작은 내 육신에 긴장을 욱여넣는다. 뻣뻣하게 굳은 정신은 금방이라도 꺾여 으스러질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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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막!
내가 아직까지 먹어보지 못 한 한낱 지방덩어리. 언젠가 꼭 튀르키예에 가서 그 친구를 내 입에 넣으리. 감히 천상의 맛을 훔쳐볼 준비를 하자. 가서 승리를 외치자. 끝내 나는 내 카이막을 맛보았다며 그들에게 웃어보이자. 미련덩어리를 먹어치우고, 그리고 하루만 더 살자.
* 카이막(Kaymak) : 우유의 지방을 모아 굳혀 크림처럼 만든 유제품. 주로 꿀을 곁들여 빵과 함께 먹으며, 튀르키예 음식으로 많이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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