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화가 있는 밤 Aug 20. 2020

현재를 온전히 살아내는 것, 《미드나잇 인 파리》

과거에 대한 향수, 그리고 현재의 향기

과거에 대한 향수는 다양한 모습으로 펼쳐진다. 《카페 벨에포크》처럼 옛 연인과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거나, 친구들과 걱정 없이 웃던 어린 시절을 떠올릴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빛나던 순간은 있고 그 모습과 향기는 제각각의 의미로 남는다. 여기 조금 특별한 순간을 추억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삶이 아니라 그가 태어나기 전의 파리를 동경했던 '길.' 자정의 종이 울릴 때마다 옛날 파리를 거니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미드나잇 인 파리》의 맛 속에 빠져 보자. 우리의 마지막 메인 디쉬에서는 가장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한 번쯤은 과거의 한 시절로 가 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같은 경험을 공유할 것이다. 옛날의 바꾸고 싶은 순간으로 가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을 체험해 보고 싶을 수도 있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마음속 황금기가 있고 타임슬립이 가능하다면 어떤 시기로 가고 싶은지 한 번쯤은 상상해 보았을 것이다.《미드나잇 인 파리》는 1920년대 파리를 동경했던 '길'의 시간 여행을 통해 꿈속 황금기로 가 볼 수 있다면, 하는 우리의 잠재적 소망을 채워준다.


거리를 걷는 길 ㅣ 네이버 영화


 주인공 길은 영화 제목 그대로 12시 종이 치는 순간 1920년대 파리로 가는 차를 탄다. 그것은 지극히 우연이었고 스스로도 믿지 못할 만큼 놀라운 순간이었다. 시나리오 작가였던 길은 늘 파리의 예술이 1920년대에 가장 화려하게 꽃 피웠다고 생각하였다. 여자 친구 이네스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고 과거에 사는 사람이라며 비난했지만, 길은 꿋꿋하게 100여 년 전 파리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소설가가 미술, 음악, 문예, 그 모든 것들이 번창했던 시기로 간다면 창작에 더없이 큰 영감을 받을 것이다. 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그는 당시의 예술가들을 만나는데 영화의 재미는 길이 1920년대 파리에서 만나는 다양한 위인들의 모습에 있다. '12시가 되면은'이라는 동요에서 나오듯, 자정에 시공의 틈이 열리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적 소재가 되어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를 특별한 예술영화로 만든다.


타임슬립을 하는 길 ㅣ 네이버 영화


 길이 처음 만난 사람은 헤밍웨이와 피카소였다. 차 문을 열었을 때 위인전에서 보았던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파블로 피카소가 타고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그 외에도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살바도르 달리와 영화계의 거장 루이스 부뉴엘을 만난다. 창작자인 길에게 문학, 그림, 영화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위인을 만나는 것, 그보다 좋은 선물은 없었다. 


극 중 헤밍웨이 ㅣ 네이버 영화


 길이 그렇게 1920년대를 동경하며 매일 밤 과거를 여행할 때 우연히 헤밍웨이와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나를 만나게 된다. 여자 친구 이네스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길은 자신처럼 과거의 파리를 좋아하는 아드리아나에게 점점 빠지게 된다. 그녀도 1920년대 파리를 가장 동경하리라 믿었던 길에게 아드리아나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그녀가 동경하는 시대는 1920년대보다 앞선 프랑스의 벨 에포크 시대였던 것. 이것에서 영화의 아이러니가 드러난다. 21세기를 사는 인물이지만 1920년대를 막연히 동경하는 길, 그리고 1920년대에 살고 있음에도 벨 에포크로 가고 싶어 하는 아드리아나. 그들은 누군가 가장 부러워하는 시기에 살고 있음에도 다른 시대를 바라본다. 결국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드리아나와 길 ㅣ 네이버 영화


 누구나 가보고 싶은 황금기가 있을 것이다. 그 순간으로 가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 시대로 가더라도 또다시 더 과거의 어떤 시점을 동경하게 될 테니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과거의 특정 시점을 끊임없이 동경할 뿐이다.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이 시간여행을 멈추고 현재의 아내와 자녀들을 바라보며 살았듯,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도 길은 깨달음을 얻고 타임슬립을 그만둔다. 시간여행을 통해 동경했던 과거의 시점을 경험한 것으로 그에게 충분했다. 21세기를 사는 사람에게는 현재를 온 힘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네이버 영화


 만약 현재의 기쁨보다 과거의 찬란함을 동경한 적 있다면 과거로 가더라도 소망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을 되새기고 다시 지금을 돌아보아야 한다. 현재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이미 지나간 시대를 동경하느라 중요한 것을 스쳐 지나가지 않았는지.


 'Carpe Diem'의 의미를 몸으로 느낄 때 비로소 현재를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  지금에 발을 붙인다면 과거에 대한 향수만큼이나 빛나는 현재의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9화 Carpe Diem의 향이 나는 카페《카페 벨 에포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