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닝

by 감자발

91년 초등학교 6학년 교실.


-웅성 웅성.

아이들은 중간고사가 끝났다는 기쁨에

담임 선생님이 교탁 앞에 한참이나 서 계신 줄도 모른 채 떠들고 있었다.


“조용!!”

담임의 호통에 교실은 순간 조용해졌고,


“내가 말야~ 교사 생활하면서 이번처럼 제자들에게 실망한 적이 없다.

본인의 실력으로 시험에 임하지 않고 남의 것을 보고 답을 썼거나

부정행위를 한 사람들은 알아서 교무실로 찾아오도록!!”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시는 담임의 목소리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컨닝을 한 나는 속으로 움찔했다.


‘방과 후 교무실로 들려야 하나~’

고민을 잠시 했지만 나는 어느새 친구들과 모여 웃고 떠들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담임의 말씀이 까맣게 잊혀지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수업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이 그때 그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에게 충분히 기회를 주었는데 아무도 교무실에 오지 않았다.

기회를 날려 버린 건 너희들이야~

중간고사 때 부정행위 한 사람들 앞으로 나와!!”

여기저기서 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반장, 부반장, 나...

어느새 교탁 앞에는 1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여 있었다.


“허~ 그래 너희들이 부정행위를 했단 말이지...”

그때 담임 선생님을 보고 나는 매우 놀랐다.

그 표정은 인간이 아닌 짐승 같았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화가 나 고함을 지르며 본인의 가슴을 마구치는 고릴라 같았다.


“한 사람씩 선생님 쪽으로 와라~”

반장이 쭈뼛거리며 선생님 앞으로 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몇몇 아이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나와서도

재잘 재잘 떠들고 있었다.


“입을 꽉 다물어!!”

선생님의 손바닥이 어깨와 일직선이 되더니 반장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다.


“쩌어억~”

“아악~”

묵직한 소리와 비명. 적막이 흘렀다.

아이들은 놀라움과 두려움에 몸서리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숨을 죽이고 이 비참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너무 큰 충격에 반장은 눈물을 흘리며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고,

공포에 질린 부반장이 선생님 앞으로 다가갔다.


“입 꽉 다물어 다친다~”

“짜아악~”

“으윽~”

부반장도 역시 흑흑대며 울음을 터뜨렸다.

단 한 번의 따귀 ! 싸대기였지만 그 임팩트만큼은 상상을 초월했다.


아무리 성인이지만 여성의 몸에서 저런 강력한 힘이 나온다는 걸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군다나 앞서 뺨을 맞은 반장, 부반장은 여자아이들이었다.

나름 힘 조절을 하신 것 같기도 했다.


난 남자답게 맞자며 울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자고 다짐을 하고 선생님 앞으로 다가갔다.

처음 교탁 앞으로 나오면서 까불대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순한 양 한 마리가 재물이 되어 선생님 앞에 서 있었다.


자연스레 선생님의 손에 눈이 갔다

손이 여간 두툼한 것이 아니었다, 남자 선생님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손이었다.

이런저런 생각 중에 올 것이 오고 있었다.


“입 꽉 다물어~”

왼손으로 내 턱을 잡고, 오른손은 허공으로 올라 도끼질하듯 힘차게 내 뺨을 후려갈겼다.


“쩌어억~”

난 어마어마한 통증을 느끼며 신음 소리를 내였다.

“으~헉~”

초등학교 6학년의 맷집으로는 버틸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이었고

충격을 받은 내 머리는 휘청거리며 뒤에 있던 칠판에 쿵 부딪혔다.


내 몸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벌떡 일어났지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예상이 맞았다. 여자아이들한테 힘 조절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머리가 아직 몸에 붙어 있는 게 신기했다.

난 아픔과 수치스러움에 고개를 숙였고 담임은 대기 중이던 다른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의식을 행하셨다.


손바닥 의식을 다 행하신 담임 선생님께서 근엄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오늘을 기억해라! 너희들이 양심을 팔아먹은 바로 이날을...”


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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