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세계

by 감자발

100원으로 오르고 주춤하던 오락실에 다시 한번 붐을 일으키는 게임이 나왔는데 바로

‘스트리트 파이터 2’라는 게임이었다..

기존 오락게임과는 많이 차별화된 그래픽과 정교함 그리고 상대방과의 짜릿한 한 판 승부가

아이들을 오락실로 이끌었다.


8명의 캐릭터를 고를 수 있었는데 각기 캐릭터들마다 조작법이 틀려서 익히는 재미도 있었다.

그 게임이 얼마나 인기가 있었는지 그 당시 관련 만화책도 만화영화도 나오고

조작법을 설명한 책, 대형 브로마이드, OST를 모아놓은 카세트테이프, 카드놀이 등

아이들에게 정말 큰 인기를 끌었다.


초등학생들은 길거리를 다니며 캐릭터들의 기술인 승룡권과 파동권을 소리치면서 포즈를 취했다.

"쇼~류켄~ 하도켄~ "

오락실 게임을 모르는 이들에겐 자칫 정상이 아닌 사람으로 보일지 몰랐지만 그것이 그 시절 아이들의 낭만이었다.


오락실 게임의 매니아로써 내가 그 게임을 그냥 지나칠 방법은 없었다.

100원, 200원, 천 원...

동전 투입기로 돈이 들어갈 때마다 내 실력은 끝을 모르게 발전해 갔다.


8명 게임 캐릭터 중에 7명의 기술을 섭렵했다.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뿌듯했다.

이 게임의 묘미는 대전이었다.

동전 하나를 더 투입해 두 명이 대전을 할 수 있었다.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대전에서 진 사람은 100원을 날리는 셈이었다.

부득부득 이를 갈고 100을 더 투입하는 아이.

돈이 없어 아쉽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

한 판만 봐달라는 아이.


몹시 안쓰러웠지만 동네에서 나는 이미 최고 수준에 올라 있어서

나를 겪어본 아이는 도전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동네 아이들을 다 이기고 혼자서 게임을 즐기고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100원짜리 10개 뭉치를 오락 기계 구석자리에 1열로 세우더니

하나를 뽑아 동전 투입구에 넣었다.


난 켄을 그 아저씨는 브랑카를 골랐다.

대전이 시작되자 허무하게 2게임 다 퍼펙트 승으로 이겼다.

게임은 3판 2승제였다.

퍼펙트라 함은 상대방이 나에게 단 한 번의 타격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정말 더럽게 못했다.

그 아저씨는 인상을 구기더니 다음 동전을 넣고 또 다음 동전을 넣었다

7판을 내리 지더니 소리쳤다.


"어이 친구~ 적당히 하지?"

"예? 봐달라는 말씀이세요?"

“......”


차마 그 말만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는지 아저씨는 말을 아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을 즐겼고 너무 쉽게 무너지는 아저씨를 비웃으며 게임을 즐겼다.

마지막 동전을 넣는 아저씨의 표정은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좋지 않았다.

이변이 없는 한 저 아저씨는 동전 10개를 순식간에 다 날릴 셈이었다.

그놈의 브랑카가 또 맥없이 쓰러지는 찰나


“아 진짜 ㅆㅂ!! 더럽게 잘하네~”

그 아저씨는 쌍욕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뒤통수가 찡~하고 울리고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아저씨가 풀 스매싱으로 내 뒤통수를 가격한 것이다.


난 “으악” 비명과 함께 머리통을 감싸며 뒤돌아 봤지만

그 아저씨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오락실 출입구를 빠져나갔다.

때리고 도망가는 것이었다!!


‘초등학생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저 파렴치한 놈!

돈 1000원이 아까워서 어린애를 때리다니!!

아 분하다!!

하지만 상대는 성인 아저씨!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그 정도로 분노 조절이 안되면 게임을 하지 말 것이지!!

이제는 그 아저씨가 짠하기까지 했다.

오죽 못났으면 초등학생을 상대로...


어쩌겠는가? 게임의 룰은 한 사람은 지는걸~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흘렀지만 이미 가버린 아저씨를 생각해 봐야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나의 켄은 기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하도켄~” “쇼~류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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