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썸씽로튼>의 시대 배경, 르네상스 I (brunch.co.kr)
[뮤지컬] <썸씽로튼>의 시대 배경, 르네상스 II (brunch.co.kr)
지난 두 편의 글에서 르네상스 회화의 시작을 알린 지오토, 그리고 15세기 초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마사초, 도나텔로, 보티첼리의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뮤지컬 <썸씽로튼>의 시대적 배경, ‘르네상스’를 다루는 마지막 시간인데요, 16세기 전성기 르네상스의 세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대표작을 소개하려 합니다.
먼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형적인 ‘르네상스 인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빈치가 남긴 스케치 노트를 살펴보면, 그가 회화뿐만 아니라 해부학, 건축, 천문학, 수학, 식물학, 음악, 발명 등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 능력 또한 탁월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다빈치가 남긴 20여점의 작품 중, 밀라노에 위치한 산타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녀원의 벽에 그려진 <최후의 만찬>은 요한복음서에 묘사된 예수와 12사도의 마지막 식사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라는 말씀에 크게 놀란 제자들이 그 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소란스러워진 바로 그 순간입니다. 예수가 배반자에 대해 언급했을 때, 제자들은 그가 유다임을 몰랐어요. 하지만 기독교 미술에서 그림의 목적은 성경의 내용을 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있기 때문에 화가들은 이 마지막 만찬을 그리면서 예수를 배반한 자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릴 수 있도록 유다를 테이블 맞은 편에 그려 왔습니다. 15세기 르네상스기에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카스타뇨가 피렌체의 아폴로니아 수녀원에 그린 <마지막 만찬>을 보면, 다른 사도들과는 달리 유다만 동떨어져 앉아 있고, 성인임을 나타내는 동그란 광배 없이 그려져 있지요. 다빈치는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을 벗어나는 한편, 열 두 제자들의 다양한 몸짓과 표정들을 통해 각 인물의 성격과 심리 상태를 성공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른손에 돈주머니를 들고 있는 인물이 유다입니다. 돈주머니는 제자들 가운데 회계를 담당했던 유다의 역할을 보여주고, 앞으로 은화 30냥에 스승을 배신하게 될 것을 암시합니다. 예수의 오른편에 앉은 요한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는 인물은 성격이 불 같은 베드로입니다. “시몬 베드로가 그에게 고갯짓을 하여,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사람이 누구인지 여쭈어 보게 하였다”는 성경 구절을 표현한 것이지요. 예수의 왼편에 서서 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는 인물은 ‘의심하는 토마스’입니다. 부활한 예수를 보고도 의심을 지우지 못하다가 창에 찔렸던 예수의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을 찔러 넣어 보고서야 믿었던 일화를 손가락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빈치와 더불어 세기를 아우르는 천재라 일컬어지는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는 스스로를 화가가 아닌 조각가라 칭했는데, 그의 가장 유명한 조각 <피에타>는 미켈란젤로가 무려 25살에 조각한 작품입니다.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로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그리스도를 안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가리킵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해부학적으로 정확한 예수의 신체 구조를 통해 천재적인 조각 기술을 증명함과 동시에 감정을 절제함으로써 슬픔을 더욱 극대화하는 예술적 재능을 보여주었는데,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그렇게 어린 나이의 조각가가 만든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하지요.
미켈란젤로는 회화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보였는데, 대표적인 작품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와 제단 위 벽에 그린 <최후의 심판>입니다. 우선 천장화는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아 4년에 걸쳐 제작한 것으로, 구약성서의 내용을 미식축구장보다 1.5배 넓은 천장에 담은 세계 최대 크기의 벽화입니다. 벽화를 구성하는 그림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장면은 하느님이 최초의 인간 아담에게 생명의 힘을 불어넣는 순간을 묘사한 <아담의 창조>입니다. 이것은 신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르네상스 정신을 담은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완성한 1512년에서 20여년이 흐른 1535년, 교황 클레멘스 7세의 명령으로 시작된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가 67세가 되던 1541년에 완성됩니다. ‘최후의 심판’ 도상은 심판자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와 그 영원한 심판을 통해 천국과 지옥으로 향하게 될 영혼들을 묘사하는데, 미켈란젤로는 보통 근엄한 장년으로 표현되어 왔던 그리스도를 근육질의 젊은 청년으로, 그것도 나체로 그려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비속한 부분은 가능한 가려져야 한다”는 칙령이 반포되어 미켈란젤로의 제자였던 다니엘레 다 볼테라가 생식기 부분을 가릴 천 조각들을 덧그린 일도 있었지요. (이 때문에 다니엘레는 ‘반바지 제작자(Il Braghettone)’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해요) <최후의 심판>에는 300여명이 훌쩍 넘는 인물이 그려져 있는데, 그리스도의 심판에 의해 천국으로 승천하는 무리와 지옥으로 끌려 내려가는 무리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인체의 다양한 자세에 대한 미켈란젤로의 끊임없는 탐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악마에게 잡혀 한쪽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인물의 겁에 질린 표정을 보면 그림에 등장하는 이들의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반응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성기 르네상스의 3대 거장 중 마지막 화가는 화가이자 건축가였던 라파엘로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라파엘로의 그림은 <아테네 학당>일 것입니다. 라파엘로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을 받고 바티칸 궁의 방들을 장식하게 되는데, 그 중 교황이 개인 서재로 사용하던 ‘서명의 방’에 철학, 신학, 정의, 예술을 주제로 하는 네 개의 벽화를 그렸습니다. 그 중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이 바로 <아테네 학당>입니다. 화면 중앙에 위치한 건물 입구에서 고대 철학의 상징적 인물,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걸어나오며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플라톤은 하늘을 가리키며 만물의 근원인 ‘이데아’를, 아리스토텔레스는 대지를 가리키며 그가 믿었던 자연의 진리를 언급하는 듯 합니다. 앞쪽에서 턱을 괴고 홀로 앉아 있는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흑판에 몸을 기울이고 있는 수학자 유클리드, 그리고 그 옆에서 천구와 지구를 들고 우주의 신비를 논하는 조로아스터와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등 라파엘로는 고대의 위대한 사상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지식과 사유의 힘을 표현하였습니다.
지금까지 르네상스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썸씽로튼>의 넘버에 묘사된 “마녀사냥과 전쟁 속에 틈틈이 일궈낸 문화 예술”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야만적이고 재미없던 시절”을 학문과 예술을 지향함으로써 극복하고 눈부신 문화를 만들어내려 했던 당대의 예술가들을 떠올리며, <썸씽로튼>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 “윌 파워(Will Power)” 영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르네상스 시대로의 여정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썸씽로튼] Will Power 공연영상� (서경수ver.) -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