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가체프 Jun 27. 2024

75L 종량제 봉투와 기다림, 희망

해진 옷,

작아진 신발,

오래된 솜방석,

색이 바랜 홑이불,

고장 난 장난감



75L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우고도

비우지 못한 게 있었으니...



내 마음속 그리움,

여전한 기다림,

다시 희망을 가져 보아도 되는 걸까?



낑낑거리며 75L 종량제 봉투를 비우고 났더니,

'희망'이 채워졌다.



덤덤하게 기다릴 수 있을지,

바지런히 준비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지만

너였던 그 자리는,

비어있는 그 자리는 결국 너로 채울 수밖에 없으리라.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_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



기다림은 무엇인가.

어쩌면 기다림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기다린다는 것은 마음속에 어떤 바람과 기대를 품은 채 덤덤하게 혹은 바지런히 무언가를 준비하는 일이다.

~ 구체적인 대상이나 특정한 상대를 능동적으로 기다린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른다.

~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 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


이기주 <언어의 온도> '시간의 공백 메우기' 중





이전 04화 6월의 수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