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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가체프 Oct 08. 2021

제목을 읽을 수 없었던 그 책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이처럼 삶에서 원망스러운 일들이 즐비하게 있을 때  우리는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기울어진 야외용 플라스틱 의자를 떠올려 보면 어떨까?


불필요한 물기들을 털어내고 사람을 앉히기 위한 원래의 용도로 돌아간 의자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우리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힘들고 지친 시간을 잘 정리하고 다시 일상을 받아 낼 단단한 인생 그릇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김리하 지음




정식 출간되기 전부터 내가 속해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이들 추천하는 에세이 책이 있었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동화 작가인 김리하 작가님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우울증과 무기력증으로 인해 오랜 기간 길을 잃고 헤매다

내면을 치유하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리하 작가님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읽을 수가 없었다.

간절히 바랬던 둘째.. 

첫 아이는 순조롭게 임신, 출산을 하였지만 연이은 두 번의 유산을 겪고 나니


생명을 지키지 못한 내 몸뚱아리를, 남들은 다 쉽게 잘만 하는 일을 못하는 초라한 나를 좋아할 수 없었다.

참 싫었다.


유산 후 이루 말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 속에서도 다행히 몸은 상하지 않았다. 안 아프고 건강하다는 건 분명 감사해야 할 일인데 오히려 그것도 싫었다.


이전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아이와 잘 놀고 신랑과 웃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내가 이래도 되는 건지,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싫어져 많이도 울었다.



행복이란, 모든 불행을 살아내는 것이다.



깊이 아파본 사람만이 위로하고 응원해 줄 수 있다며 상처 입은 치유자, 리하 작가님이 내게 왔다.


행복과 불행은 반대말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일만 많이 있어야 행복인 줄 알았다. 우리의 삶이, 행복이 이런 것이라니... 나만 힘들고 아픈 것 같다는 생각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고,  본능적으로 나는 여전히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임을 다시 느꼈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유산의 원인을 애써 찾으려 하면서 자책하지 않고,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으로 남과 비교하며 더 이상 나를 미워하지 않고, 답이 없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 하며 세상을 원망하지 않고, 행복한 내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 중 하나로 그저 받아들이며 담대살아가리라.


이 시련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할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 더 이상 임신에 집착하기보다는 진정 나에게 집중된 삶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제 책의 제목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몸이 아프지 않은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아침이 있다.

모든 게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순간에도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상을 잡고 있는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오후가 있다.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고 생각하기 싫었던 일을 이렇게 조금씩 이야기하고 글로 쓸 수 있는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밤이 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한번 더 읽어보았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고인 눈물을 참으며 한번 더 읽어보았다.

내가 유난히 좋아지는 어떤 날이 있다.


제목을 읽을 수 없었던 그 책이 내 인생의 지침서가 되었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응원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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