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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지기 마야 Oct 15. 2024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후회 없는 삶을 위해 되새기는 문장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고대 로마 때 원정에서 승리한 장군의 시가 행렬에 노예를 시켜 '메멘토 모리'를 큰 소리로 외치게 했다고 한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장군에게 죽음을 기억하라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라. 오늘은 개선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 (*위키백과)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삶이 있으니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니 삶이 있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반드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번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다음 전쟁에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승리에 취해 자칫 교만해질 것을 경계해 죽음을 기억하라고 한 로마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크리스마스 캐럴》에는 구두쇠 영감 스크루지가 나온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스크루지  앞에 동업자였던 죽은 말리의 유령이 나타난다. 말리는 스크루지 영감에게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차례로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색하기만 했던 스크루지 영감은 자신의 외롭고 쓸쓸한 죽음을 보며 괴로워한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된다. 구두쇠 영감은 사라지고 조카와 이웃에게 친절과 자선을 베풀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 살아났다고 해서 모두가 스크루지 영감처럼 개과천선(改過遷善) 하는 것은 아니다.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다른 삶을 살기로 선택하고 행동했다는 데 있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가 지금까지의 삶을 뉘우치게 할 만큼 크게 다가왔고, 스스로에게 '메멘토 모리'를 일깨워준 것이다.


몇 년 전 번아웃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던 적이 있었다. 매일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사는 게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이럴 바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순간, '정말 죽는다면, 당장 죽게 된다면 뭐가 가장 후회가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내 안에서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지 못하고 죽으면 가장 후회가 될 것 같아.'는 대답이 들렸다. 


더 멋진 곳을 여행하는 거, 더 좋은 집에서 살아보는 거, 더 값비싼 물건을 가져보지 못한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잊고 있었던 '작가'라는 꿈이 왜 그때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죽기 전에 후회가 될 만큼 간절히 원하는 일이라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죽을 때 죽더라도 후회는 남기지 말자.'


그렇게 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대단한 작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어 놓으며 조금씩 내 삶이 변화되었다. 메멘토 모리가 나를 살렸고, 작가의 꿈을 이루게 해 주었다.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천근만근 같은 몸을 겨우 일으키는 날도 있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부딪힐 때면 아무도 안 보고 조용히 혼자 살고 싶기도 하다. 때로는 하루가 너무 빨리 가서 속상하고, 때로는 너무 더디게 가서 지겹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기에 우리는 그 모든 순간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이 소중하다.


중학교 때 쓰던 일기장 표지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다.'


사춘기 소녀였던 그 시절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내게는 긍정적인 의미다. 후회 없는 삶, 오늘의 일상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나에게 말해준다.


'메멘토 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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