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과 운전석은 하늘과 땅 차이
22살 때 운전면허를 따서 그때부터 계속 운전을 했다. 지금은 자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만 이래 봬도 20년 운전 경력을 가지고 있다.
운전을 배울 때는 모든 것이 어렵고 두려웠다. 혹시라도 내가 작동을 잘 못 해서 사고라도 날까 봐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면허를 따고 초보운전 스티커를 부착하고 용감하게 도로를 누비자 운전이 점점 익숙해졌다. (물론 초보일 때는 종종 교통 소란을 끼친 적도 있었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되어야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가끔 10대가 운전을 하다가 대형사고를 내는 아찔한 뉴스를 접할 때가 있다. 아무리 기계 작동에 능숙하고 사고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10대에게 운전대를 넘겨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러한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의 열정은 때론 과하다. 어른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고 내 뜻대로 세상이 다 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기 쉽다. 한 없이 여리지만 겉으로는 강한 척하기도 쉬운 게 10대다. 그래서 어른을 흉내 낸다. 어른의 그것이 멋있어라기 보다 어른들 만큼 자신도 이겨낼 수 있고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랬었다.
어른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크게 신뢰가 가지 않았다. 우습게 보였고 그것쯤이야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이가 들어가니 그 나이를 지키며 그만큼 살아가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을 부딪히며 알게 되었다. 운전대를 잡으면 한 순간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었다.
자동차로 이동을 할 때 조수석에 앉는 것과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잡고 가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조수석에 앉아 있을 때는 경치도 감상할 수 있고 양 손을 다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운전석은 다르다. 신호를 살펴야 하고 주위 차들도 봐야 한다. 주변 차량들의 흐름과 같이 속도도 맞춰야 하고 연료도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워낙 잘 되어 있지만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는 길을 놓칠 수도 있다. 기계의 문제가 아니라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람의 판단, 사고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매 순간 올바른 판단을 하며 운전했을 때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운전 그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사춘기를 지나 진짜 운전대를 잡게 된 어른이 되었다. 모든 게 우스워 보이고 쉬워 보였는데 막상 직접 운전대를 잡고 내 인생의 운전자가 되었을 때는 언제나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내가 잡고 있는 운전대를 우습게 보다간 언제 어느 순간 '쿵'하고 사고가 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전이 어렵다는 것을 운전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하고 상황에 맞는 정확한 판단을 내려야 내가 가야 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리한 수단이지만 나와 타인의 생명과 연관이 있기에 매 순간 안전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안다.
사춘기 때 바라본 운전대는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다면 사공춘기인 지금의 나에게는 무거운 책임감이 되었다. 그래서 운전대를 잡고서 함부로 과속하거나 끼어들기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으로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