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검사를 받다
"누구시죠?"
"네, 구청에서 나왔습니다. 철거와 관련하여 사전에 조사할 것이 있어서요"
"구청이요?"
"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혹시 여기 소유주가 맞으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
"혹시 연락을 받으셨는지 모르겠는데요, 다름은 아니라 재개발 진행을 위한 철거일정이 좀 당겨졌습니다."
"네? 혹시 그게 언제인가요?"
"보름 뒤입니다."
"네? 아니 원래 두 달 뒤에 진행하기로 한 것이 아니었나요?"
"네, 그랬는데. 계속되는 자재값 인상으로 인해서 아파트 착공일정을 당겨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요?"
"그 부분은 아파트 시행사에서 곧 공문을 보내드리게 될 것입니다."
"아, 미치겠네... 보름 안에 어떻게 찾지?"
"네? 뭘 찾아요?"
"아, 집을 어떻게 구하냐는 뜻입니다."
황철수는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인하여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왜 하필 오늘 이사 들어오게 된 날 이런 통보를 받아야 하는 건가?"
"자 저희가 점검할 것들은 잘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집이 생각보다 깔끔하네요"
"네, 곧 철거가 되어야 하니까,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구청 공무원들이 돌아갔다.
황철수는 공무원들이 돌아간 뒤에 얼마 남지 않은 일정이니 만큼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복권을 숨겨놓을 만한 곳을 찾기로 했다. 그러나 도무지 김부동이 쓰러진 곳에는 고추와 상추가 열려있는 텃밭이었고 별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김부동이 왜 여기 근처에서 쓰러졌을까? 뭐 때문에 뱀에 물렸다고 하는 거지? 그것도 새벽에 나와서..."
오늘은 이사 첫날이고 앞으로 2주도 더 남았으니까, 그냥 방에서 술이나 한잔 마시고 자야겠다. 그렇게 황철수는 동네 슈퍼에 들려서 안주거리와 소주 세병을 구입하여 김부동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저녁 7시가 되었을 때, 황철수는 밥 한 그릇에 고추장, 김치를 갖고 와서 소주와 함께 먹고 있었다.
그 시각 최금란은 김부동과 새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여서 식탁에 올려놓은 반찬과 함께 밥을 차렸다.
"여보, 오늘 이곳 첫날 보내네요. 자, 한번 드셔보세요. 그렇게 김부동은 최금란이 떠주는 밥을 먹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새벽 3시 정도가 되었을 때, 최금란은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었다.
김부동은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서 어디론가 걸어갔다.
같은 시각 황철수는 소주 세병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방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음 날,
황철수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서 화장실을 찾으러 방에서 나왔다.
"아! 놀래라. 당신 누구야?"
김부동이 마루에 걸어서 앉아서 장독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김부동, 맞지? 김부동 자네가 왜 여기에 있어? 아니 어떻게..."
같은 시각에 최금란이 눈을 떠보니 방 안에서 잠을 자고 있어야 할 김부동이 보이지 않았다.
"여보, 화장실에 있어요? 여보?"
최금란은 화장실로 가봤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문 앞에 있어야 할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큰일이네..."
"영희야, 큰일이다. 너희 아빠가 보이지 않아... 어디로 가셨는지 큰일이구나"
"엄마, 일단 제가 경찰서에 신고할게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엄마가 살던 송탄 언덕마을로 가볼게요"
"그래, 영희야 미안해..."
"아니에요... 그럼 제가 다시 연락할게요"
그렇게 전화를 내려놓은 영희는 곧바로 택시를 타고 서둘러서 송탄 마을집으로 갔다.
"똑똑..."
"누구세요?"
"저 아저씨, 혹시 저희 아빠 여기 안 오셨나요?"
"응, 그래 마침 잘 왔어... 너희 아빠가 저기 마루에 걸터앉아 있구나... 나도 아침에 나왔다가 너무 놀라서..."
"아이고, 죄송해요. 아저씨 저희 아빠 제가 모시고 갈게요"
"그래, 아빠가 다시 이곳에 안 오시도록 해라"
"네, 그렇게 할게요"
"야, 그런데 너희 아빠가 이 집을 어떻게 기억하고 찾아온 거니?"
"아, 저도 그것을 모르겠어요. 아빠는 저와 엄마도 기억을 못 하시는데..."
"그래, 알았다. 잘 가거라"
황철수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침에 일어났다가 김부동의 뒷모습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화장실도 못 가고 있었다. "저 친구 정말 이상해. 아니 기억이 전부 사라졌다고 하면서 어떻게 이 집은 찾아온 거야"
영희는 택시를 타고 아빠와 함께 최금란이 기다리고 있을 아파트로 갔다.
"엄마, 아빠가 송탄 언덕마을 집에 있으셨어요."
"여보, 아니 거길 어떻게 갔어요? 새벽에 길도 모를 텐데..."
"엄마, 아무래도 아빠 상태가 좀 이상해요. 오늘 병원에 가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게 영희의 제안대로 최금란은 오후에 병원 진료를 예약한 뒤에 영희의 도움으로 김부동과 함께 방문했다.
그리고 의사가 간단한 몇 가지 검사를 마친 후, 보호자와 얘기를 하게 되었다.
"저 김부동 씨의 현재 상태는 크게 걱정할 상황이 아닙니다. 지난번 병원 입원 시에 기억상태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오늘 새벽에 전에 살던 집을 누구의 도움 없이 찾아가셨던 것도 그렇고. 매번 마당에 놓인 장독대를 쳐다보면서 앉아 있는 것, 그리고 그 위에 아내분이 깎아준 사과를 올려놓는 행동 등...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볼 때, 현재 남편의 기억 상태는 점점 회복되어 간다는 신호입니다."
"정말요?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편분에게 가장 큰 충격적인 일이 있었을까요? 가령 가족 분들 중, 누군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거나 아니면 오히려 큰 기쁨을 얻었거나..."
"저희 남편이 고등학교 때에 저를 만났는데요, 그때에 이미 남편의 누이분이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충격으로 저희 시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셨고요"
"그래요?"
"그래서 매일마다 밤에 별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 별을 보면 누이를 만날 수 있다고 하면서요. 실은 누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그 장소가 송탄의 재개발 지역 마을이었다고 했어요"
"음, 그랬었군요... 아, 그래서 그 집을 떠나지 않고 있으셨던 것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재개발이 될 때까지 이사를 떠나지 않고 살았었고요"
"제가 남편분에게 잠시 누워서 계시도록 하고 뇌파를 측정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검사를 해 봤는데요"
"그렇게 오래 전의 일과 다르게 최근에 생긴 일이 김부동 씨를 그 집으로 안내하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아요"
"아, 그래요? 최근에 일이라면 저희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저희 딸과 사위가 함께 미국에 여행 다녀온 것뿐인데요... 그것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 답은 제가 찾을 것이 아니라 가족분들이 찾아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대화를 나눈 후, 최금란과 김영희는 김부동의 손을 잡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의사 선생님이 얘기한 것처럼 아빠한테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무슨 일? 너희 아빠의 기억은 좋아지고 있다고 했는데..."
"아, 그런 거 말고요, 저희 미국에 여행 갔다 와서 아빠에게 무슨 새로운 일이 생긴 것 아닌지 해서요"
"음, 너희 아빠가 집에 돌아와서 변한 것은 크게 못 느껴지던걸..."
"그게 아닐 거예요.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 있는 것 같아요. 아... 그게 뭐지?"
영희는 계속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오랜만에 미국에 있는 영숙이에게 전화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연재소설 '운수 터져버린 날(제28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