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 vs 미란다
그렇게 동민은 윤서가 독일에서 음악을 했다는 것과 한국에서 지수 누나와 같이 크로스오버 밴드를 함께 하게 되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걸어가면서 얘기하다가 서로 인사를 한 뒤에 헤어졌다.
윤서는 10시 30분 정도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동민도 비슷한 시간이 되어서 집에 들어왔다. 동민의 할머니는 이미 잠이 드셨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침대에 누웠다. 동민은 학교에서 수업하고 바쁘게 보냈다.
윤서도 지수와 함께 공연준비하느라 바빴다. 그렇게 모두에게는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같은 시각 독일 뒤셀도르프의 박람회 1일 차에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차지훈과 일행들은 다비드 갤러리(David Gallery)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피카소의 1910년대 제작된 초상화 작품들이 전시 중에 있었다. 콜렉터들이 많았기 때문에 차지훈은 작품 감상만 하고 곧바로 갤러리를 나온 것이다. 그렇게 다니는 동안 미란다 원정대의 멤버들은 갤러리에서 작품을 관람한 후, 본인들이 매입해야 할 만한 작품들이 있는 곳에서 일단 연락처와 구매를 원하는 작품에 대하여 적어서 직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클라라가 박람회장 근처 호텔 객실에서 잠시 쉬고 있는 동안 갤러리 중 세 군데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루슨트 갤러리(Lucent Gallery)를 포함한 20여 개정도의 갤러리는 실질적인 소유주(대표)가 클라라였으며, 가상의 대표를 만들어서 갤러리 방문객이 명함을 요구하면, 전혀 다른 이름으로 적혀있는 명함을 받도록 조치한 것이다. 그리고 갤러리의 연락처가 들어간 명함은 별도로 행사장에 놓지 않았다. 매입을 원하는 자들이 방문하면 종이에 연락처와 성함, 그리고 원하는 작품을 적도록 담당자들에게 사전에 교육을 시켜놓은 것이다. 이 부분은 차지훈에게도 얘기를 하지 않았던 사항인 것이다.
일단 첫 번째로 다비드 갤러리(David Gallery)의 직원이 클라라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대표님, 여성 두 명이 방문해서 자신의 연락처라고 남겨놓고 간 정보를 메일로 전해 드렸습니다."
클라라는 직원에게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와 인상착의는 어땠는지를 물어보았다.
두 번째로 루슨트 갤러리(Lucent Gallery)의 직원도 클라라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클라라는 마찬가지로 갤러리로 방문해서 작품 매입을 위해 적어놓았던 연락처를 받은 뒤, 국적과 인상착의를 물어본 것이다.
그렇게 세 곳 갤러리에서 알려준 연락처는 한 가지였으나 국적과 인상착의는 모두 달랐던 것이다. 클라라는 아직 이러한 사항을 차지훈을 비롯하여 다른 프로젝트 멤버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이유는 혹시나 같이 일하는 멤버들 중에도 이러한 고가 미술품의 불법적인 거래에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클라라가 확인한 전화번호는 모두 같았다, 그런데 그 연락처는 휴대폰 번호가 아닌 사무실 번호였던 것이다.
황미경(Miranda)에게 사전에 지시를 받았던 것이다. 만약 작품 옆에 판매 가격이 없을 경우는 사무실 대표번호로만 알려주라고 한 것이다. 이유는 가격이 없다는 것 자체가 추가적으로 작품 거래를 위해서 몇 번의 가격 흥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작품을 매입하는 일은 피하겠다는 것이다.
황미경이 그렇게 사전에 전략을 짜서 움직이고 있는 동안 클라라도 감시망을 위한 전략이 있었다.
수많은 컬렉터들이 다양한 갤러리에 들려서 가격 정보를 입수하러 가기 때문에 그들 모두를 일일이 조사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클라라는 가상의 갤러리 대표들을 내세워서 자신에게 보고를 하도록 함으로써 나름대로 전략을 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 또한 극히 일부의 정보만 입수할 뿐 완전히 그들의 불법적인 행동을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박람회 1일 차가 마무리되었다.
미란다 원정대가 확인한 결과로 총 열다섯 군데에서 대략 50여 개의 작품을 발견한 것이다. 그러나 세 군데 갤러리에서만 가격표가 적혀있었고 나머지 열두 곳에서는 가격표가 발견되지 않았다.
황미경은 다음날 곧바로 가격표가 붙어 있던 세 군데 갤러리의 작품을 매입하고, 나머지 열두 곳의 작품에 대해서는 직접 방문해 볼 생각이었다.
클라라는 객실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하나의 연락처로 일관되게 고가의 작품들에 대해서만 문의를 해 왔다는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 군데에 있었던 작품 리스트를 다시 확인하면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했다. 자신 소유의 갤러리는 20개이고 그곳에도 고가 미술품들이 있었는데 왜 세 군데에서만 연락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벌써 저녁 8시가 되어갔고 차지훈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대표님,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본 것이다. 클라라는 차지훈에게 직원들과 식사를 하라고 하고 본인은 객실에서 룸서비스로 간단히 햄치즈 샌드위치와 주스를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작품 리스트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클라라가 리스트를 다시 종이에 옮겨 적다 보니, 자신의 갤러리 중에 세 군데에는 유독 1850년에서 1950년 기간에 제작된 작품들이 많았었고, 다른 곳에서는 1970년에서 2000년까지의 현대미술 작품이 오히려 많았다.
결국 작가로만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가 제작연도로 확인을 해보니, 결국 작품을 매입하려는 자들이 타깃으로 생각하는 작품들은 근대미술품이었던 것이다.
클라라는 혼자 얘기했다. "맞아, 1850년~1950년의 근대 미술품 중에서 가격표가 붙어 있는 미술품들을 전시했던 갤러리가 어딘지 찾아봐야겠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리고...
연재소설 "제81화"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