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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EY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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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Jul 20. 2020

MONEY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급하다며 5천 원을 빌려 갔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 갚지 않았다. 속으로 끙끙 앓다가 빌린 돈을 달라고 조심스레 얘기했는데 친구는 너무 속 편하게 다음에 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5개월을 반복하며 나중에 나는 그 친구의 얼굴이 5천 원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5천 원 까짓것 떡볶이 몇 번 안 사 먹으면 되는 돈인데 그냥 받지 말자라는 마음과 그래도 받아야지라는 마음이 교차하였다. 그런데 나중엔 그 친구의 태도가 너무 괘씸하고 얄미워 끝까지 받아내는 걸로 결정하고 그 친구도 나의 독촉이 힘들었는지 결국 5천 원을 건넸다. 나는 고마워하고 말혀며 속으로 " 절대로 너한텐 돈을 빌려주지 않겠어!!! " 라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내게 신용불량자였으며 이자를 받은 것도 아니고  원금 겨우 회수하면서 스트레스는 그 친구가 아닌 나만 잔뜩 받았다는 게 너무 억울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어릴 때  신용에 대해 이미 경험하고 배우고 있었던 것이다.



" 신용이 곧 돈이다 "



23살 때였나?  그 당시 책에선  온통 10년 동안 1억 모으기가 유행이었다. 나 또한 1억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처음 읽었던 책이 " 20대여, 내 집 마련에 미쳐라"라는 책과 " 부자가 되려면 은행을 떠나라",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 하기"였다.  


책을 읽으며 작가가 시키는 대로 바로 은행가서 청약저축 들고,  증권 회사에 가서 월급통장을 CMA로 옮겼고, 핫하던 차이나 펀드도 가입했으며, 주식계좌도 만들면서 난 이제 은행을 떠나 부자가 될 거라는 꿈에 부풀었다. 청약저축은 소득공제까지 된다니 일석이조였다.



그렇게 부자 될 꿈에 즐겁게 일을 하고 있는데 너무 돈이 안 모이는 거다... 난 사치도 안 했는데...ㅜㅜ

청약저축 10만 원, 펀드 10만 원, CMA에서 붙는 쥐꼬리 만한 이자... 펀드는 떨어지기 시작했고, 10만 원으로 해봤던 주식은 나의 심장을 갉아먹었다.  그렇게 주식도 포기, 펀드도 해지, 유일하게 원금 보장을 해준 청약저축만 유지 했다.


부동산책은 용어도 낯설고 경험이 없다보니 눈으로는 읽지만 내가 100%이해하긴 힘들었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한자리에서 대출 없이 오래 자가로 거주 하셨다. 그래서 집을 매매하는 걸 거의 볼 수 없었던 환경 이다 보니 연애 책을 이론으로만 배우는 느낌이랄까..  와닿지가 않았다.



" 더 어린 부자는 환경이 만들어준다. "



내가  아주 어릴 때 살아온 가정환경은 충분히 풍족했었던 것 같다. 집걱정 없이 평생 자가로 부모님은 사이가 좋으셨고 열심히 사셨으니 존경스러웠고 닮고 싶은 부부의 모습 이셨다. 아빠는 월급쟁이였지만 대기업을 다니며 돈을 잘 버셨고, 할아버지는 작은 사업가셨다.


그 당시 아주 큰 부자는 아니어도 동네에서 나름 마당 넓은 단독주택에 최신식 가전을 갖춘 부족할 것 없는 집이 었으니 말이다. 우리 집은 동네 어른들의 놀이터였다. 가족이 많아서 집은 늘 북적거렸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언니들과 내가 커가면서 늘 빚은 정말 나쁜 거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는 행동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셨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아빠가 친구에게 담보를 그냥 덜컥 서줘서 돈을 못 받았던 적도  있었고, 아빠와 나이 차이 많은 어린 남동생 둘을 엄마가 다 장가보냈고... 같이 사시던 할아버지는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며 잘나가던 사업이 망하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집은 가난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평범해지고 있었다.  또한 부모님은 현금만 모았고 자산을 늘리는데 대출을 전혀 이용하실 줄 몰랐다.



" 시간이 흐를수록 화폐가치는 떨어진다. "



언니들과 나에겐 사업이랑 빚은 큰일 나는 줄 아는 무서운 단어 같은 거였다.  그저 안정된 직장에서 안정된 돈을 벌며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라고 하셨다. 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돈을 한푼두푼 열심히 저축하고, 목돈을 불려 한평생 내 집 마련하는 게 다들 꿈이었을 때 단 한 번도 남의 집에 살아보지 않았던 부모님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내가 어릴 때  은행 이자는 10%대로 정말 높긴 했다.



부모님을 따라 첫 통장을 만들며 작은 돈임에도 불구하고 한푼두푼 넣으면서 이자가 꽤 많이 붙었던 걸로 기억한다. 부모님은 그 당시 작은 돈을 잠시 대출이라도 하면 그 돈을 바로바로 갚아버렸고, 빚 없이 현금을 늘리며 사는 게 최고 부자란 생각을 하시며 빚이 없어지면 무척 뿌듯해하셨다.  또한 늘 내 집이 있었고, 젊은 시절 부자 소리 들으셨으니 부동산에는 일체 관심이 없으셨다.



아니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리 엄마는 부동산의 마이너스 손이었다. 우리가 살았던 곳은 어린 내가 자전거 연습을 할 만큼 꽤 큰 마당을 가지고 90평대가 넘는 단독주택 이었는데 그걸 팔고 아파트로 가자는 걸 빌라 2채를 사버리셨다.  엄마 말로는 빌라 5채를 사서 월세를 받으려고 하셨단다. 하지만 그것 또한 계획대로 안되셨다.



그런데 사고를 치셨다. 그렇게 오래도록 가지고 계시던 빌라중 한채를 2015년에 광명 재개발로 뜨거워지기 직전에 파셨다. 당시에 광명은 전세난이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많이 오를것 같으니 그렇게 팔고 싶으시면 한 번만 딱 전세 돌리고 파시라고 했는데 알겠다고 철석같이 대답해놓으시고, 말도 없이 아빠의 부추김에 못 이겨 파셨단다.  그리고 그날 투자자들 3명이 부동산에서 서로 먼저 물건을 잡았다고 싸웠다 들었다. 아.. 인생은 정말 야속하다. ㅜㅜ



" 자산은 모으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



언니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나까지 엄마가 바라는 대로 남편의 월급 받으며 평범하게 살기 시작했고, 셋째언니만 사업가에게 시집을 갔다. 또한 지금은 나를 제외하고 다들 일하지만  결혼하면서 모두 일을 그만두고 남편 월급으로 살림 잘하며 사는 게 최고인 줄로만 배웠다.


그리고 우리는 4자매인데 다들 각기 관심도 성격도 달랐다. 큰언니는 문학, 예술 쪽으로, 둘째 언니는 음식, 셋째 언니는 패션, 돈 모으는 거 말고 돈 쓰는 거에 관심이 많았다.ㅋ 우리 집같이 돈에 대해 보수적인 집안에서 나는 관심이 재테크, 부자 되는 거였다.


가끔 그때 누가 나에게 부자 되는 방법을 알려줬다면 더 빨리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하고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먼저 물어본 적도, 물어볼 사람도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나는 부자가 되기위해 내 관심분야에서 공부하고 있고, 수익을 내려고 한걸음 한걸음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모르는것도 배우고 싶은것도 많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 관심은 곧 기회를 만든다. "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할까?


내가 부동산 커뮤니티란 세상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런건 허황된 꿈이거나 말도 꺼내지 못할만큼 탐욕 스러운 인간으로 보기에 사람들 앞에서 더 솔직해지지 못한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부동산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많아서 모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이 대부분이고, 그게 챙피한 것이 아니라는것을 알게됐다. 오히려 더욱 더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투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배우고, 노력하며 자극받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살면서 우리는 반드시 돈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것도 이제는 안다.  

돈.....돈이 꼭 행복을 보장해 준다고 할 수는 없지만 행복하기 위해선 돈이 많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보면 희망이 보이고,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위험한 것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앞으로도 선택은 내 스스로 하고 책임져야 하는것도 나이기에 노력해야 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 MON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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