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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EY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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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Aug 12. 2020

과연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집을 살 수 있을까?

세대별 집 소유욕


요즘 집값이 비싸져서 아이들이 집을 살 수 있을까 싶은 걱정도 있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과연 집에 대한 절심함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예전에 마당이 있는 2층짜리 단독주택에 살았지만 집은 컸어도 방이 4개였어요. 엄청 큰 안방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쓰시고, 엄마 아빠가 1층, 삼촌 2명이 방 하나 차지하고 우리 4 자매는 모두 한방에 누워 잤어요.


대가족이다 보니 방 4개도 부족했어요. 삼촌들이 장가가면서 방 하나가 비게 됐고, 저희 4 자매는 둘로 나눠서 한방씩 사용했답니다.


큰언니랑 막내인 제가 같이 쓰고,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가 같이 썼어요. 그리고 저희 4 자매는 각자 방을 갖는 게 소원이었지요. 그런데 저에게 행운이 찾아옵니다.


큰언니가 제일 먼저 시집갔어요. ㅎㅎ 그래서 짐을 또 다 옮기기도 그렇고, 언니들이 쓰던 방이 편하니 제가 혼자 방을 쓰게 된 거예요. 방 하나를 차지했다는 그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이루 말할 수가 없네요. 


매일매일 설레고,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 뒤로도 둘째 언니가 시집가면서 셋째 언니도 방 하나를 혼자 쓰게 되는 기쁨을 맞이했습니다.ㅋ



그리고 저희는 애교 많은 딸들이 아니었어요. 한 번은 제가 유치원생 정도의 나이일 때 언니들하고 나름 귀했던 요플레가 너무 먹고 싶었어요.


그때는 핸드폰이 없었으니 회사에 있는 아빠에게 언니들이 전화를 걸어서 막내인 저한테 시켜서 아빠에게 요플레를 사다 달라고 하는 게 애교를 부리는 거였죠.


저희가 뭘 사달라고 전화해서 졸랐던 애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빠도 그런 전화에 엄청 흐뭇해하시고 귀여워해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큰삼촌이 미국에 출장 갔다가 사온 초콜릿은 너무 귀해서 장롱에다가 넣어두고 숨겨서 하나씩 꺼내 먹었던 기억도 있어요.


또 한 번은 저희 집에 할아버지가 엄청 아끼셨던 비싼 수동 카메라가 있었어요. 그 당시 100만 원 정도던 것 같은데 너무 어려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엄청 비싼 거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그걸 작은 삼촌이 할아버지 몰래 가지고 나가서 고장 냈다가 할아버지한테 엄청 혼나고 먼지 나게 맞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저희 집안의 영원한 놀림거리예요.


제가 유치원 때였나? 그곳에서 크리스마스 이벤트 행사를 해서 산타 할아버지가 오셨는데 그 앞에 포장된 선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았어요.


이름을 한 명씩 호명하면서 선물을 주시는데, 포장 안되고 모서리에 장식만 달린 엄청 큰 미미인형의 집이 있었어요.


여자애들의 워너비라 제가 정말 너무너무 갖고 싶어서 속으로 '제발 저 미미인형의 집을 저에게 주세요~' 기도하고 있었는데요, 드디어 저의 이름이 불렸습니다.


떨리는 맘을 주체할 수없이 나갔는데 저에게 주신 선물은 미미인형의 집의 반에 반에 반도 안 되는 크기의 작은 상자였어요.


그 사진이 저희 친정집에 있을 텐데 표정관리가 안 되더라고요. 포장을 뜯어보니 그래도 나름 최신식 필통이었어요.


산타 할아버지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자녀의 선물을 엄마들이 포장해서 보내는 거였어요.


엄마가 밉더이다. 그 기억 때문인지 제가 우리 애 생일선물 어린이집에 보낼 때, 가격은 저렴해도 큰 걸로 보냈어요.



그 뒤로는 그 당시 유행했던 종이 인형을 잘라 놀고, 그나마 여자 많은 집이라 마루인형이 몇 개 있어서 그거 가지고 매일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사실 언니들과 제가 평소 조르지 않았으니 부모님이 장난감을 안 사주신 것도 있지만,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저를  비참하게 하네요.


그만큼 그 시절은 다 귀하고, 쉽게 가질 수도 없었고, 어른들은 대부분 한평생 일해서 내 집 하나 장만하는 게 소원인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어떻죠?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방이 있어요. 자기 방뿐만 아니라 책상, 책장, 침대 뭐 하나라도 부족할까 싶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태어나 맞이하죠.


그리고 태어나면 승용차(유모차)를 하나씩 갖고, 더 좋은 유모차를 사주지 못해 미안해해요. 남들 집에 있는 장난감 우리 집에도 다 있어야 하고요, 먹는 것도 남들 먹는 거 다 먹어야 돼요.


경제가 어렵고 나라가 어렵다고 뉴스는 많이 나오는데 해외여행 한번 안 갔다 온 가족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죠. (뉴스는 언제나 나라가 어렵데요.)


저희 애들이 어릴 때 엄마들이 서로 친구 집을 방문하면 대부분 장난감들이 겹쳐요. 해외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사다 줄만한 것도 못 찾겠어요.


다들 한 번씩은 먹어봤고, 갔다 왔고, 직구나 구매대행으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으니 귀한 게 없어졌어요. 그래도 선물이라는 건 받았을 때 가격을 떠나 자신한테 없어서 새로울 때 반가운 건데 다들 있으니 나중엔 그런 것도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전 이렇게 바뀐 게 저희 부모세대는 인구도 급속도로 늘어서 저희 때보다 더 부족했고, 고생도 많이 하셨고, 남녀차별도 많이 겪었고, 본인들은 공부가 부족했어도 공부만으로 성공한 걸 많이 보셨죠.  


그러니 자식을 낳고 내 자식만큼은 이렇게 안 살게 할 거야 하고 태어난 게 저희 세대예요. 저희 부모세대는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라는 표어도 있었잖아요.


그렇게 태어난 저희 세대는 부모보다 많이 받고 자라긴 했지만 그래도 한참 인구가 계속 늘었던 시기니 저희 또한 부모님들이 바쁘시고 대가족들도 많아서 부족하게 자랐던 것이 맞지요.


저희 때는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둘도 많다 표어도 있었잖아요. 제가 초등 3학년쯤 앞으로는 핵가족화 된다고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내 자식은 이렇게 안 살게 할 거야. 방도 꼭 하나씩 줄 거야 하면서 태어난 자식이 또 저희 아이들 세대가 아닌가 싶네요.


그렇게 자라 저희 세대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열고 발전하고 편리해지고, 소득 수준도 올라가서 우리가 낳은 자식들은 이렇게 편안하게 많은 걸 누리게 된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 저희 때와는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르게 살 확률이 높은 거지요. 그런데 과연 이렇게 자란 아이들이 집에 대한 절실함이 생길까요?


요즘엔 욜로라는 말을 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즐기자로 변질되었잖아요. 집값이 너무 비싸니 애초에 포기하고 아니 어쩌면 살 생각 자체도 안 할 것 같아요.


사회 초년생들이 돈을 모으면 차부터 사려고 하지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그럼 지출이 심해지고 집사는 건 영영 먼 나라 일로 되겠죠.


힘들어지면 부모 집으로 다시 쏙 들어가는 캥거루 족이라는 말도 생겼잖아요. 본인이 헤쳐나가려고 하는 의지가 예전 시대의 분들보다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결혼할 때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거나 자금을 도와주지 않으면 월세를 살거나 결혼을 안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아지니 포기하게 되는 거죠.  사실 신혼부부가 이미 많이 줄어들고 있어요.


https://news.joins.com/article/23417024


어릴 때는 나름 부족함을 알게 키우려고 노력하긴 했는데 시대가 변해서 저처럼 자라는 건 아무래도 어렵죠. 그게 꼭 맞는 건지도 모르겠고요.


우리의 부모 세대와 저희 세대 그리고 저희 아이들 세대는 너무 큰 변화를 겪고 있어서 앞으로 이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게 될지, 이것이 어떤 사회문제로 번질지 고민이 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살면서 부동산을 모르면 안 된다 생각하기에 부동산은 반드시 먼저 깨닫는 사람이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시대 상황이 어떻든간에 우리에게 가장 안전자산은 부동산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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