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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MONEY 0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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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블리스 Jul 24. 2020

전세 VS 매매 누가 더 위험할까?


요즘 집값이 너무 올랐다고 다시 전세를 선택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 지금 전세를 들어가기 위해 전세대출 받는 그 금액이 전세 만기가 돌아올 시점에 2년 전 내가 집을 살 수 있었던 대출금액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 부모님도 2015년에 빌라 2개 중 1개를 팔기 전에 철산에 아파트를 하나 사서 실거주로 들어가셨다.


부모님이 그 당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었는데 2년마다 전세가 많이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또 전세로 얻으려 하길래 전세를 만약 한 번 더 간다면 엄마는 앞으로 아파트를 살 수 없을 거라 말해줬었다. 그때 부동산으로는 엄마가 처음으로 내 말을 들은 날이었다. 그러고 나서 광명 빌라를 처분하시긴 했지만.. ㅜㅜ

            

그런데 그 이후로 광명은 많이 올랐다. 아니, 광명만이 아니라 서울부터 대부분 다 올랐다. 아마 그때 전세로 들어갔다면 우리 부모님은 정말 아파트는 살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또 그때랑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여기저기 전세가는 오르고 있고, 사람들은 사는 건 더 엄두가 안 난다며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또 전세로 들어가고 있다. 아마 2년 뒤에는 어쩌면 그분들이 사고 싶었던 아파트는 포기해야 될 수도 있다.


2013년이었나?.. 둘째 친구로 알게 된 동갑 엄마들이 있었다. 그중 한 엄마는 남편은 고소득자의 회사원이었고, 외벌이로 집은 없이 동탄에 전세로 살고 있었다. 엄마 나이도 같고 아이 나이도 같아 조금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결혼해서 쭉 동탄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엄마네 집주인이 전세금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었다고 했다. 나를 제외한 주변에서는 다들 전세를 살고 있었던 터라  정말 좋은 집주인이라고 넌 진짜 행운이라며 부러워했다. 나도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동탄 2로 이사를 가고 그 엄마만 빼고 대부분 자기 집을 사서 이사를 갔다. 어느 날 친했던 엄마들의 단체 카톡에 서로 안부 인사하다가 그 엄마가 아주 비싼 외제차를 뽑았다고 하더라. 다들 너무 부러워했다.  그러나 나는 그 엄마가 걱정이 됐지만 오지랖 같아서 그냥 축하한다고 부럽다고만 답변을 보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동탄 1의 전세가는  매매가의 90%까지 육박할 때여서 미친 전세라는 소리까지 나올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엄마만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알았어도 그 집에 사는 동안에는 자기랑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 뒤로는 사는 동네도 서로 달라지고 각자 아이들 키우고 바쁘다 보니 연락이 흐지부지되면서 지금은 소식을 모른다.  


그 엄마는 아마도 2년마다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아도 되니 점점 모이는 돈이 많아져 지출이 더 커졌을 것이고, 그 집에서 집주인과 계속 계약을 하길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한 울타리는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 집을 나오는 순간 그 엄마는 상대적 박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 그때 동탄 1에서 젊은 엄마들이 2년마다 오르는 전세금에 허덕이다 내 집 마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집주인이 모질게 하면 할수록 더 서러워서 집을 사기도 했다. 그때 난 깨달았다. 차라리 2년마다 전세금 올려 받는 집주인이 천사라는 것을.  


내가 볼 땐 딱 2가지다. 집이 아주 많은 다주택자여서 신경 쓰기 싫었거나 정말 마음이 착하거나. 만약, 다주택자였다면 그 집주인은 저위험을 선택한 것이고, 세입자는 고위험을 한 것이다. 그 엄마는 나중에 알았을까? 자신이 얼마나 고위험을 선택한 것이었는지. 하지만 전세 물량이 많았던 구간에서는 사람들이 전세로 살아도 크게 위험할 게 없었다.


전세가가 많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지기도 했으니, 전세금을 안 올리는 거랑 똑같은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서도 그 엄마처럼 집을 사려는 노력보다는 대부분 다 그렇게 소비가 늘어났다. 사람들은 전세를 선택하는 건 굉장히 안전한 선택이라고 받아들인다.


부동산 하락기 에선 맞는 얘기다. 어쨌든 2년 뒤 내가 손해 한 푼 안 보고 받는 돈이니까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융에만 고위험, 저위험의 상품이 있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에서 전세는 상승장에서 굉장히 위험한 고위험 상품이다. 


2년이란 시간 동안 전세는 온전히 내가 갚아야 할 돈이고, 다시 또 오른 전세금을 내기 위해 대출을 더 받거나 미친 듯이 모으거나 삶의 질이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매매는 상승기에서 내가 갚아야 할 돈이 상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쇄된다는 건 내 자산도 같이 는다는 뜻이 된다. 손해 한 푼 안 보려던 생각이 곧 나를 잡아먹게 될 것이다.


하락론자들이 늘 얘기하는 경제가 나쁘기 때문에 집을 살 수가 없다고 하지만,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단 한 번도 집이란 걸 대출 없이 살 수 있었던 적은 없었다. 집은 부자여서 사는 것이 아니고 가난할수록 내 가정의 안정을 지키기 위해 사는 것이다. 사실 부자라면 그 사람들이 집이 있든 없든 걱정해 줄 필요도 없다. 없을수록 더 집을 사려고 노력해야 하는 사람은 바로 가난한 사람이다.


예전에 내가 증권사에서 펀드를 들 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 고 위험 상품 선택하시겠어요? "

" 저 위험 상품 선택하시겠어요? "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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