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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부장 Oct 26. 2020

끕끕, 쿰쿰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상하이의 장마, 메이위지에(梅雨季)

6월이 되고, 동시에 상하이의 장마도 시작되었습니다. 온종일 비가 줄줄.


중국어로 장마는 "메이위지에 梅雨季 "라고 합니다. 이름은 참 예쁘지요? 매화꽃 계절. 

그런데 원래 이름은 곰팡이를 뜻하는 메이 霉와 이름이 같은 글자를 빌려와 순화시킨 표현이라고 해요. 습도가 높아  곰팡이가 자주 끼는 계절이라는 뜻이었겠지요? 


아니나 다를까 장마철 가장 큰 문제는 빨래입니다. 실내에서는 선풍기와 제습기를 아무리 돌려봐도 빨래가 햇볕에 말린 것처럼 뽀송뽀송 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왠지 늘 쿰쿰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장마라고 해서 하루 종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상하이의 여름은 이미 동남아 날씨 같아서, 멀쩡한 날씨이다가도 바로 5m 앞에서 폭우가 쏟아지는 스콜을 만나기도 합니다. 길 건너는 햇볕이 빵긋, 길 건너는 먹구름이 잔뜩 인 그런 신기한 광경도 가끔 볼 수 있어요. 

그렇게 갑자기 내리는 비에 일회용 비닐봉지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죠. 


비가 오면 길거리엔 잔뜩 긴장한 미간을 지닌 독수리 오 형제들이 줄줄이 출동을 합니다. 오 형제가 아니라 오천명쯤은 된다는 게 단점이지요. 어디서 들 그렇게 쏟아져 나오는지. 우비 참 컬러풀하죠? 


전동차 족인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소 땐 매일 똑같은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청바지, 낡은 운동화 차림으로 출근을 하지만,


비가 오는 날은 좀 다른 패션으로... 더욱 간단한 옷에 가장 간단한 신발로. 가끔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오늘 출근 안 하는 날이냐고 묻기도 하더라고요.


출근에 적당한 반바지가 마땅치 않아, 차라리 치마가 낫더라고요. 덕분에 잠깐씩 신호대기마다 건강한 종아리가 불쑥! 등장을 하기도 하지요. 뒷분들 놀랐다면 죄송!



한국에도 장마는 있지만, 상하이의 장마는 워낙 습기도 많고 덥기도 해서 견디기 쉽지 않아요. 느닷없이 소나기라도 우두둑 쏟아진 뒤엔, 도시 전체가 사우나라도 된 것 같답니다. 


그래도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에서 창밖으로 바라보는 폭우는 보기에 아주 시원하기도 하고 , 잠깐이라도 온도를 낮춰주니 고맙기도 하죠. 출퇴근 시간 때만 아니라면 언제든 환영해 주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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