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내 얼굴을 참 좋아한다. 선이 굵지 않아 밍숭밍숭 숭늉같은 얼굴은 누가 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 자꾸 보면 정이드는 그런 얼굴이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나만의 생각이다.
인간이란 살아가면서 보이지 않는 '제3의 눈'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객관적으로, 혹은 다른 누군가의 시선으로도 무언가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눈 말이다. '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여길 보아도 좋고, 저길 보아도 질리지 않는 얼굴은 아닐 수 있다. 누군가는 아무리 보아도 쉽게 정을 붙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누구에게나 아주 빼어난 외모까지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보다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가 있다. 요리를 잘하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음악에 뛰어난 사람, 운동신경이 월등한 사람 등등. 이렇게 어떤 전문적인 분야에서만 뛰어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가계를 잘 운영하고, 정리정돈을 탁월하게 하며, 남다른 감각을 자랑하는 등 우리의 일상 영역에서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너무나 쉽게 만나볼 수가 있다. 어쩜 그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은지!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아, 나는 왜 이리 여러모로 애매한가'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어떤 것 하나라도 아주 탁월한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정말 그랬더라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멋지게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어쩌면 조금은 찌질한 그런 마음.
그런 마음에 한동안은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무엇이든 조금 더, 조금 더 애써야 하지 않겠냐고 차든지, 뜨겁던지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사실 그런 애매함조차도 모두가 나의 모습임에도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계속될 것만 같던 무더운 날들의 끝자락에서 조금 걸었다.
저녁도 밤도 아닌, 저녁과 밤 사이의 그 어느 애매한 시간,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저녁과 밤의 경계임을 알리듯 난데없는 가로등 불빛이 반짝 켜졌다. 분홍과 파랑이 켜켜이 쌓여 이 색도 저 색도 아닌 묘한 보랏빛의 하늘을 바라보며 어쩌면 이도저도 아닌 그 애매한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게 느껴졌다.
미지근한 물이 먹기도 편하고, 건강에도 좋다. 아침도 점심도 아닌 브런치는 아침과 점심 두 배의 행복을 준다. 그러니까 애매해다는 것이 꼭 아주 슬프기만 한 일은 결코 아니라는 거다.
빼어나지 않고 조금은 애매해도, 그런 내 모습들을 마냥 아쉬워하기 보다는 조금은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것,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내딛을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 그것이 서른 중반이 된 나의 또 다른 서툰 일보 전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