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 공룡 사랑을 끝내고 최근 별이는 곤충에 관심이 무척 많아졌다. 나비를 가장 좋아하는 별이지만 벌, 사마귀, 거미, 전갈 등 예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먹어야 생존해야 하기에 좋아하지 않던 것들도 점차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이해함으로써 좋아하는 것들의 범위가 더 늘어가고 있다.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보면, 별이는 그저 아무렇게나 놓아진 길 가에 돌만 보아도 연신 감탄하고, 그리 특별할 것 없는 모양도 색도 제각각 다른 오만 가지의 나뭇잎에 행복해했다. 별이 눈에 대단한 보물처럼 보이는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기에 별이는 어렸고 간절했다.
작년 어린이 날 선물 받은 자전거에 달려 있는 바구니뿐 아니라 별이의 옷 주머니이며 가방, 하물며 간식을 싼 지퍼백은 늘 별이의 보물들로 가득했다. 무언가 채울만한 별이의 공간을 발견하면 어김없이 그곳은 나뭇잎 부스러기들로 적든 많든 늘 채워져 있었다.
한 번은 자주 가는 편의점 사장님께서 바구니 속 가득한 존재들을 무척 궁금해하신 일도 있었다.(아이가 등원 후 자전거를 편의점 앞에 세우고 커피를 자주 마셨더랬다.) 사장님은 무언가를 '치우기' 위해 '일부러' 담은 건이 아닌가 생각하셨단다. 사장님 말씀대로 '일부러' 담은 것은 맞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갖고 싶어'하여 '어쩔 수 없이' 차게 되었다고 설명드렸다. 또 한 번은 동네 언니가 바구니 가득한 그 흙이 '예전'에 채워진 그대로인 것이 '새로' 채우는 것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나는 평소 호기심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무척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나게 들리기도 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조금 더 설명하자면 그 흙은 처음 그 흙이 맞지만 처음 흙과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예쁜 것을 보면 갖고 싶은 별이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은 우리만의 흙은 아니었고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나름 제한적인 허용을 한다는 것이 그 바구니를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약속이었다. 원하는 것을 더 채우고 싶다면 이미 가진 것을 비워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알려주고 싶었다. 사실 그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별이의 성향상 무조건적인 허용은 이후에 내가 차마 감당할 몫을 벗어날 것 같은 불안감에 미리 선을 그은 것이기도 하다. (참고로 나는 넘치는 것보다 모자라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결핍의 중요성에서 말했듯이!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내 블로그 속 '결핍의 중요성'이란 글을 다시 한번 읽어주시길 바란다ㅋ)
사실 아기였을 때는 바닥에 떨어진 것에 한하여 하루에 하나만이라는 둘 만의 룰을 지키고 있었는데 별이의 나뭇잎 사랑을 너무 잘 아는 양 가 할아버지들은 나무에 달린 예쁜 나뭇잎이나 열매를 따주고 두 할머니들은 별이가 좋아하는 그것들을 모조리 소중하게 챙겨주셨다.(어쩌면 그렇게 똑같으실 수 있는지 깜짝 놀랐다.) 아마도 엄마와 늘 붙어 지낸 별이가 엄마를 떠나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산책을 즐기게 된 것이 무척 기쁘고 별이와의 시간이 더 특별하게 행복하셨을 것이다. 또한 별이에게는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산책이 엄마의 잔소리를 벗어나 어여쁜 나뭇잎을 마음껏 담고 신기한 열매를 실컷 가질 수 있는 통쾌하고 재미난 놀이였던 모양이다. 더욱이 부모님들도 매일 산책을 즐기시고 별이도 역시 한참 바깥놀이에 푸욱 빠져 있을 시기이기도 했다. 부모님 눈엔 늘 안쓰러운 우리 부부를 쉬게 해 주고 세상 제일 사랑스러운 손녀와의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산책 놀이는 사실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곤 했다. 물론 산책 후에는 늘 아이스크림이나 포도 등 별이가 좋아하는 간식이 늘 함께였다.
다시 자전거 속 바구니 이야기를 하자면 나뭇잎, 돌들로 소소하게 담아놓은 어느 날 별이는 돌을 좋아하는 별이를 위해 놀이 공원에 가서도 돌을 보며 별이를 떠올렸다는 사랑스러운 한 친구와 흙을 열심히 퍼 담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나는 묻지 않았고 다만 저 흙을 가져가도 되는 건지 잠시 고민한 후 다 놀고 난 뒤 다시 되돌려주면 되겠다 싶어 그냥 두었다. 그리고 당분간 그냥 두기로 하였다, 열심히 퍼 담은 흙과의 너무 이른 이별은 별이를 많이 서운하게 할 것이므로. 그리고 그렇게 1년이 지났지만 그 바구니 속에 흙이 조금 낮아졌을 뿐 그 안은 오래된 나뭇잎 사이로 특별해 보이는 나뭇가지나 의미 가득한 돌들이 또다시 머무르다 떠나는, 여전히 별이의 보물 상자로 남아 있다. 이제는 아주 가끔 곤충이 머무르기도 하고. 여전히 현관 앞 바닥엔 바구니 사이로 흙이 넘쳐흐르기도 하고, 나뭇잎이 몹시 나뒹굴고 있지만 퀘퀘한 냄새가 가득한 별이의 자전거도 좋고 끊임없이 본인만의 보물들을 퍼 담고 있는 별이는 더 많이 심하게 좋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별이가 스스로 그것들을 치우게 되거나 내가 치워도 관심 없는 때가 올 것도 같다. 그때가 오면 나는 몹시 흙과 돌, 나뭇가지, 꽃들을 모으던 예전 별이가 무척 그리울 것도 같다. 다행스럽게도 별이 눈에는 아직까지 세상에 예쁜 것이 많아 간직하고 싶은 보물들로 가득하다.
길을 가다 너무 예쁜 돌이라며 사진을 찍어달란다. 대체 무엇이 특별한지 내 눈엔 전혀 알 수는 없지만 사진을 남겼다. 예전 티라노 발톱을 닮은 엄청 거대한 나뭇가지를 별이의 허락 없이 중간에 내려놓고 집으로 온 날, 별이는 참 많이 오래 울었고 나는 한참 동안이나 나뭇가지를 볼 때마다 별이의 원망을 들어야 했다.
오래된 나뭇잎도 좋고, 오늘 새로 만난 꽃잎도 예쁘고, 소중히 감싼 너는 제일 사랑스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