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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이맘 Aug 20. 2020

MBTI 성격 유형 검사

 요즘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꽤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되는 듯 같다. 예전 같으면 전혀 알지 못했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유행 아이템들도 최근 시작한 SNS 활동을 통해 접할 기회가 생기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서 나는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상당한 호기심'이 일고 있는 중이다. 나는 과거에도 유행에 퍽 민감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지만, 그동안 스스로 아이와의 시간에 몰입한 덕분에  더더욱 바깥세상과 단절시킨 채 오직 아이와의 시간과 나의 본능적인 욕구에만 집중하며 지냈던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관심은 오로지 별이었으며, 내 모든 오감과 나에게 없는 육감까지 동원하여 살피고 고민하며 별이와 함께했었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였을 터인데 나는 나의 사랑이 조금 '더 특별하다'라고 착각했던 것도 같다. 그것은 내게 별이의 존재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완전히 특별한 존재'이기도 하고 내가 스스로를 '꽤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도 같다. 이제 별이가 나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친구, 선생님뿐 아니라 돌, 꽃, 곤충 등 본인의 관심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처럼 나 역시 별이처럼 '나만의' '나를 위한'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이리저리 어슬렁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여전히 별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에 주의집중의 끈을 놓지 않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없나 둘러보기도 하고 신랑이 좋아할 만한 것을 조금 더 찾아보기도 한다. 별이와 나는 서로를 여전히 마음 깊이 가장 사랑하지만 조금 더 넓은 '각자의 세상으로의 탐색'을 시작한 것이다. 마치 우리는 지금을 약속했다는 듯이 미련 없이 쿨하게 본인만의 세계로 성큼성큼 들어가고 있는 중인 것도 같다. 물론 나는 끝없이 별이에게 질척대고 가끔은(혹은 자주) 서운해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MBTI 성격 유형 검사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이 검사는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지표1로서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외향E-내향I) 지표,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감각S-직관N),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한 합리적 판단의 기능 (사고T-감정F), 인식 기능과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서 적용되어 나타난 생활 양식(판단J-인식P)의 4가지 지표에서 개인이 가지는 선호를 판단하여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는 검사이다. 이를 통하여 각각의 유형에 대한 공통적인 성격의 특징과 행동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2


  전문 지식이 없는 나에게 MBTI는 꽤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몇 분만 투자하여 몇 가지 문항에 답하기만 하면 나의 성격과 행동 방식에 대해 줄줄이 파악을 해주거니와 인터넷으로 조금 더 검색하면 추천 직업까지 있으니 이보다 더 편한 메타 인지 방법이 어디 있나 싶기도 하였다. 슬쩍 검색해보니 실제로 MBTI는 학교, 회사뿐 아니라 상담센터에서 두루 이용되고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비교적 신뢰가 가는 검사란 생각이 들자 나는 MBTI 검사를 후루룩 대충 끝내고 곧이어 신랑에게도 권했다. 그리고 늘 그러듯이 신랑은 조용히 검사 결과를 카톡을 통해 내게 보낸 후 언제나처럼 일언반구 없었다. 


별이는 본인만의 세계를 아주 가끔 먼저 알려주기도 한다. 물론 본인 딴에는 꽤 그럴듯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한해서다. 구슬이 굴러가는 미끄럼틀이 있는 집을 만든 본인이 몹시 자랑스러운 듯 내게 시범을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하지만 (내 맘에 쏘옥 들지만) 본인 맘에 들지 않는 작품에는 온 힘을 다하여 나의 기록을 방해한다. 아니면 그저 엄마를 방해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게 느껴졌거나겠지.


 역시 극과 극은 통하는 것인가. 나는 경이로운 감탄을 하며 신랑에게 우리의 유형이 이토록 다른 것이었다며 내가 검색한 잔 지식 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마치 대단한 비밀을 푼 것처럼 신랑에게 이야기하였고 신랑은 들어주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 되는 것인지 혹은 아예 들어줄 생각이 없는 건지 어찌 되었든 둘 중의 한 가지 이유로 여전히 말이 없는 것이었다. 신랑은 마치 내가 유난을 떤다는 듯이 혹은 그것을 이제야 알았냐는 듯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요즘 부쩍 생각 중독, 말 중독에 시달리는 내가 거창하지만 인생의 깨달음을 쏟아내는 명언들이 사실 신랑에겐 그리 크게 와 닿지 않은 것처럼.(신랑은 농담처럼 내게 종교에 귀의할 것인지를 물어보기도 하였다.) 


 나는 그동안 신랑에 대해 오해한 것이 무척 많았다는 것을 요즘 신랑과의 대화를 통해 새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솔직히 나는 그동안 내가 '신랑을 위하여' 참고 있는 부분이 훨씬 크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싸울지언정 신랑과 이야기도를 속 깊게 나누어보기도 하고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신랑도 '나를 위하여' 참아주는 부분이 내 생각보다는 많았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단지 나에게 설명하지 않았을 뿐.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그러했다. 나 역시 말은 안 했지만 나 딴엔 신랑을 배려하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이 꽤 있었다. 신랑은 늘 별이 위주로 생활하는 내게 조용스럽게 불만을 품기도 하였지만 본인에게도 별이는 세상 특별한 딸이었거니와 나의 강력한 육아관을 존중해주려 노력해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나는 조금 더 신랑에게 조금 더 양보하려 애썼고 그것이 내가 나의 반려자를 배려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사실 별이 위주의 생활을 '더' 확실하고 적극적으로 하고 싶어 했지만 나의 반려자를 배려하여 '정도껏' 해왔던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 않나. 그렇다면 우리 신랑 역시 본인이 원하는 것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나와 별이를 위하여 '덜' 하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뭐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겠지만. 


 나는 갑자기 너무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신랑에게 열폭하였던 지난날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신랑의 태도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했던 건 아닌지 또 반대로 나만의 방식으로 신랑을 배려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가지 생각에 머릿속이 또다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조금 더 솔직해 지기로 하였다.  


 나는 혼자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다가 식탁에 앉아 핸드폰에 몰입하고 있는 신랑에게 나의 마음을 털어놓기로 하였다. 이는 결코 신랑을 '공격하기 위하여'가 아닌, 신랑에 대한 '나의 따뜻한 애정과 배려를 표현하기 위하여' 최대한 따뜻하게 말을 건네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의 휴식을 위하여 나 혼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저녁 준비가 바쁘기 때문에 수저라도 놓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것은 당신을 사랑해서라고 상기시켜주었다. 알고 있겠지만 혹시 그것을 모를까 봐 걱정이 되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라 굳이 덧붙여 주었다. 


 또 라면을 끓이려다가 달걀을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내게 묻는 신랑에게 당신이 '나를 사랑하여' 나는 달걀 넣는 라면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물어봐 준 거겠지 라며 또다시 설명을 덧붙이기도 하였다. 신랑은 이런 과도하고도 반복적인 설명을 여러 번 듣자, 갑자기 왜 이리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나는 또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왜 갑자기 이런 말들을 하게 되었는지 나는 또 생략했던 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충분히 하여 이미 정리된 내용을, 나는 신랑에게 공유하지 않은 채, 또다시 나 혼자 출력하였다가, 결국 언제나처럼 소통의 오류가 난 것이었다. 사실 이런 적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에 나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척하며(사실 속으로는 많이 놀랐지만) 내가 이러한 표현을 왜 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별이에게처럼 따뜻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듣게 된, 그동안 나의 강한 생각을 나름 수용하려 늘 애썼던 이 남자는 나와 함께 본인의 마음 출력하기에 바로 동참하였다. 그리고 우리 둘은 별이가 보기에 너무나도 정말 이상한 말투로 지나치게 따뜻한 대화를 하기로 시작하였다. 농담 반 진담 반 시작한 마음 표현 놀이는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제 내가 알지 못했던 신랑의 마음이나 배려가 조금은 더 전보다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했지만 본인 나름대로 꽤 열심히 하고 있을 거란 믿음도 조금 더 강해진 것 같기도 하다.                                               


                                                                                                              

 '곤충의 여왕'이 되고픈 별이는 곤충을 찾다가도 우연히 발견한 민달팽이 역시 열심히 관찰하였다. 본인 위주로만 놀이를 진행하려는 별이를 이따금씩 이해 못하는 신랑에게 지금 별이는 제왕적 시기이며 그 욕구가 충분히 채워져야 이후에 본인을 지나치게 자책하거나 반대로 자만하게 되지 않을 것이라 설득하였다. 그러자 별이 아빠는 별이가 언제는 왕이 아닌 시기가 있었냐며 오히려 되물었다. 듣고 보니 참으로 그러했다. 별이는 태어나 줄곧 우리 집의 제왕이었다. 물론 엄마 아빠가 절대 안 되는 것은 결코 할 수 없는 조건부 제왕이긴 했지만.                           

 언젠가 별이는 엄마가 왕이냐며 무척 억울해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별이 생각에는 엄마가 자꾸 이것저것 시키는 것 같았을 것이다. 나는 차근차근 따뜻하게 별이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별이가 알겠다고 할 때까지. 별이도 이미 눈치를 챘고 별이 아빠도 알고는 있지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 우리 집엔 오로지 하나의 태양이 있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건 '나'이다. 나는 늘 내 의견에 '노'를 외치는 두 사람이 '예스'를 할 때까지 끝까지 설득하는 다정한 편이며 두 사람은 그런 나를 항상 기다려주고 결국 따라준다. 이 날은 우리 별이가 무려 백만 시간이나 기다려주었다.


(곧이곧대로 이해할지 모르는 신랑을 위하여 덧붙이자면 우리 집에는 사실 세 개의 태양이 있다. 그리고 그때 그때 가장 적절하고 합리적인 태양의 결정에 따라야만 한다. 선택되지 못한 자들은 무척 씁쓸해하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기만 하는 왕은 단연코 없다.)


  비전문가인 내가 바라보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나 자신이 인지하는 자신의 성격 유형이다. 그것이 실제의 본인의 모습인지 혹은 본인이 되길 원하는 이상향일 수도 있다. 공룡 중에서도 티라노사우루스를 가장 좋아하던 별이가 본인이 티라노사우루스처럼 강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좋아한 것인지 아니면, 티라노사우루스처럼 힘세고 강력한 왕이 되고 싶었던 건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작년 할로윈 때도 별이는 티라노사우루스가 되고 싶어 했다. 올해는 과연 어떨는지.               

                                                                                                                                                             

 유형별 특징이 지나치게 나의 이야기라면 역시 둘 중의 하나이다.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는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일 수도 있고 반대로 본인을 완전히 왜곡하여 인식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마음이 여리지만 호불호가 확실한 나의 막내 동생은 내가 예상한 MBTI와 같게 나왔는데 아마도 본인을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조금 다르다고 해서 크게 실망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알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내가 닮고 싶은 이상적인 성격 유형인 것이고 내가 그렇게 되기 위하여 노력하고 애쓴다면 또 그렇게 혹은 비슷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람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사실 내향적이기만 한 사람도 없고 외향적이기만 한 사람도 없다. 사람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인 기질(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사람은 누구나 내향적이면서 외향적이고, 감각적이면서 직관적이며, 사고적이며 감각적일 뿐 아니라 판단적이면서도 인식적이란 뜻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 기질은 또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다.


 즉, 사람마다 다양한 선택 앞에 조금 더 선호하는 경향이 따로 있다는 뜻이다. 선호도가 보다 분명한 사람은 본인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결정하는 이 검사가 훨씬 수월할 것이고 또 신중함이 더 큰 사람은 이 검사가 어렵고 때로는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다. 


 또한 타고난 기질이 결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진 다양한 배경과 경험 속에서 기질과 사뭇 다른 성격으로 변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육아서를 보면 아이가 타고난 기질(성향)이 결정되어 있지만 그것과 다른 성격을 가질 수도 있다고 얘기하는 것은 같은 맥락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육아서를 볼 때 그것을 '아이'가 아닌 '어른'으로 치환하여 내용을 이해하다 보면 그것은 마치 자기 계발 서적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자기 계발 서적 역시 내가 아닌 아이로 읽어 나가면 그것 또한 육아서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아이가 성장하면 부모도 성장한다고들 한다.  어쩌면 성장하는 부모의 아이는 자연스레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MBTI 성격 유형 검사가 유행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족한 채 그저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하였던 지난날의 아쉬움 속에서 현재의 나의 모습을 제대로 집중하여 바라보고자 하는 '순수한 자아적 호기심'에서 발현된 것은 아닐까.


 '재미'로서 접근한 내가 바라보는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아주 단순하다. 내가 바라보는 나를 통하여 나 자신이나 나의 욕구를 이해하고, 나와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 역시 나름대로의 생각과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면 그뿐인 것이다. 사람 간의 갈등은 필수적으로 일어나지만 그것이 그렇게까지 괴롭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MBTI 성격 유형 검사 역시 다양한 견해가 있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각자' 다르게 '특별'하기 때문이다. 


MBTI 성격 유형 검사 이야기 끝.

                                      

 신랑과 나의 MBTI 성격 유형 검사의 결과가 다른 것은 정말 행운이다. 덕분에 우리 별이는 우리 둘을 반반 닮았지만 우리를 훨씬 능가하는, 우리 눈에만 세상 특별한 어린이가 되어 가고 있다. 여전히 좋아하는 거북이와 함께 시리얼로 아침으로 시작하고 본인 만의 패션 철학을 가진 별이. Whatever you w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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